복지부, 유통기한 표시 폐지 '반대'

식품 등 소비자안전 우선…재정부 요청 사실상 거절
기획재정부가 물가 대책으로 제안한 식품 · 화장품의 '유통기한 표시 폐지'에 대해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수용 불가'로 입장을 정했다. 복지부는 대신 품질 유지기한 품목을 초콜릿류 캡슐류 등으로 확대하고,유통기한을 어긴 업체에 대한 처벌 수위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유통기한 자체를 폐지하는 방안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유통기한 제도를 유지하면서 물가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2일 말했다. 박재완 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열린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유통기한이 넘으면 마치 못쓰는 상품처럼 느껴진다"며 복지부에 유통기한 폐지를 검토해달라고 주문한 것에 대해 사실상 '반대'입장을 정리한 것이다. 복지부는 소비자 안전을 반대 이유로 들었다. 한국은 식품과 화장품에 제조 · 판매업체들이 의무적으로 지켜야 하는 유통기한을 원칙적으로 표시하되,일부 품목에만 법적 책임이 없는 품질 유지기한을 적용하고 있다. 유통기한이 없어지면 제조 · 판매업체가 행정처분의 부담을 덜게 돼 소비자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또 유통기한 폐지로 인한 물가안정 효과도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유통기한 표시로 인한 낭비 비용이 연간 6500억원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불량품 폐기 비용까지 포함한 것"이라며 "실제로는 그 절반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대신 업체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잼 젓갈류 당류 등 12개 품목에 적용되고 있는 품질 유지기한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순위로는 초콜릿과 캡슐류 등이 거론되고 있다.


◆ 유통기한 제도Sell by date. 식품이나 화장품 등 제품이 제조일로부터 소비자에게 판매가 허용되는 기간을 의무적으로 표시토록 하는 제도로 1987년 도입됐다. 유통기한을 어긴 제조·판매업체는 영업정지나 과태료 부과 등 행정처분을 받는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