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인재양성과 기업의 책임

불과 한 달 전쯤의 일이다. 대학생들이 시내로 나와 '반값 등록금'을 요구하며 촛불시위를 열었고 온 나라가 들썩였다. 예상보다 많은 학생들이 등록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어린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다양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업인의 입장에서 이 사태를 바라보면서 '정부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기업도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등록금 문제를 푸는 데 기업이 기여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은 바로 산학활동을 강화하고 인턴십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미래의 한국사회를 이끌어갈 젊은 인재들에게 더욱 다양한 자기계발 기회를 제공해 하루빨리 등록금 부담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일이야말로 기업이 제공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일 것 같다. 요즘 대학생들은 사회인으로 첫발을 내딛기 전부터 소위 '스펙'이라고 불리는 자신의 역량을 가꾸기 위해 총력을 다한다. 스펙 쌓기에서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이 다름 아닌 인턴십이라고 한다. '인턴십 경험이 없으면 취업하기 힘들다'란 말이 나올 정도로 인턴십 경험은 매우 중요하고,기업 또한 인턴십 경험이 있는 지원자들을 선호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정작 기업에서 제공하는 인턴십은 많지 않다. 기업이 학생을 대상으로 인턴십 기회를 늘린다면 열심히 노력하는 학생들이 하루빨리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듯하다.

필자 회사는 조기 인턴십 기회를 제공한다. 기존 인턴십은 일반적으로 대학교 3~4학년을 대상으로 하지만 우리는 2학년에게 인턴십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타기업에서도 이러한 프로그램들을 진행하는데 퀄컴의 경우 매년 국내 대학(원)생 30명을 퀄컴 샌디에이고 본사로 초청하는 '퀄컴 IT 투어'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이 대학 등록금에 대한 부담감을 직접적으로 해소할 수는 없겠지만 더 나은 인재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임은 분명하다.

최근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젊은 인재를 발굴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학벌 위주로 돌아가던 우리 사회가 조금이나마 개선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매우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비싼 등록금을 내고 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어려운 젊은이들을 포함해 젊은 인재들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 전체가 훌륭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 인재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기성세대 몫이다. 더 이상 경제적인 어려움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최선을 다해 자신을 가꿔온 젊은 인재들이 '88만원 세대'라는 슬픈 이름표를 달고 다니지 않도록 각자의 위치에서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는 하루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현구 < 한국지멘스 헬스케어 총괄대표 hyeongu.park@siemen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