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하이브리드로 美 '연비장벽'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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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회장 '연비 특명'…"쏘나타ㆍK5 성능 개선, 본사서 전폭 지원" 주문현대 · 기아자동차가 고연비 하이브리드카로 미국 시장에 또 한 번의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달 미국 정부가 자동차 연비 기준을 대폭 강화함에 따라 연비가 좋은 쏘나타 및 K5 하이브리드카로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 경쟁업체들을 압도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전략은 "하이브리드카로 미국의 연비 규제를 뚫어라"는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사진)의 특명에서 비롯됐다는 후문이다.
2일 현대 · 기아차에 따르면 정 회장은 최근 직원들에게 "앞으로도 우리가 미국에서 잘나가려면 하이브리드카를 돌파구로 삼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하이브리드카의 품질을 올리는 데 필요한 재원은 본사에서 모두 지원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지난달 초 미국 법인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우리의 하이브리드카 기술이 일본 도요타에 전혀 뒤지지 않아 미국에서 반응이 좋다"며 "하이브리드카 홍보에 힘을 쏟을 것"을 주문했다.
지난 3월 미국에 출시한 현대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4월에 418대를 팔아 전체 하이브리드카 모델 중 11위에 그쳤다. 하지만 연비와 성능이 뛰어나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5월 판매량이 1000대를 넘어 3위를 차지했고,6월에는 혼다 인사이트를 제치고 도요타의 하이브리드카 전용 모델인 프리우스에 이어 2위까지 올랐다. 7월에도 25% 늘어난 1780여대가 팔려 프리우스와의 격차를 좁힌 것으로 관측된다.
6월에 선보인 기아 K5 하이브리드(현지명 옵티마 하이브리드)도 첫 달에 103대가 팔린 뒤 7월엔 300여대로 판매가 늘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현대 · 기아 하이브리드카의 뛰어난 연비를 칭찬해 현지 시장에서 높아진 현대 · 기아차의 위상을 실감하게 했다. 지난달 29일 오바마 대통령이 새로운 연비 기준을 발표한 워싱턴 윌터 컨벤션센터에는 쏘나타와 K5 하이브리드카,프리우스 등이 하이브리드 초기 모델들과 함께 전시됐다. 신정관 KB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 · 기아차의 이미지와 기술력이 미국에서 인정을 받으면서 하이브리드카가 현지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 시장에서 향후 전개될 연비 경쟁에서도 현대 · 기아차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최근 미 정부는 2016년까지 미국에서 운행되는 자동차의 평균 연비를 35.5mpg(ℓ당 15.1㎞)로 올리기로 했다. 2025년까지는 55mpg(ℓ당 23.9㎞)로 상향 조정했다.
현대 · 기아차는 올 상반기 미 시장에서 판매한 차량의 평균 연비가 35.7mpg(ℓ당 15.2㎞)여서 미국 정부가 제시한 2016년 목표를 이미 넘었기 때문에 다른 업체들에 비해 다소 느긋한 입장에 있다. 현대 · 기아차 관계자는 "미국의 새로운 연비 기준에 적극 대응해 친환경 자동차 기술의 선두주자 입지를 확고히 굳힐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