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라마단 마케팅

라마단(아랍어로 '더운 달')은 무슬림의 성월(聖月)이자 단식월이다. 이슬람력으로 아홉 번째 달인데 윤달이 없어 해마다 조금씩 빨라진다. 매년 종교계 최고 지도자가 초승달을 육안으로 관찰한 후 개시일을 공포한다. 올해는 1일에 시작,29일 저녁 끝난다.

천사 가브리엘이 무함마드에게 '코란'을 가르친 신성한 달로 여겨 검은 실과 흰 실의 구분이 가능한 새벽부터 해가 질 때까지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다섯 번의 기도를 올린다. 마지막 10일은 사원에 머물고,27번째 날은 '라일라트 울카드르(권능의 밤)'로 밤새 기도한다. 이 기간엔 폭력 · 화 · 시기 · 탐욕 · 중상도 삼간다. 금식으로 인내심과 자제력을 키우고 소외된 사람을 돌아보는 건 물론 잘못을 속죄,천국에 이르고자 애쓰는 것이다. 낮엔 굶지만 저녁엔 여럿이 모여 잘 먹고,끝난 뒤 사흘 동안은 '이드 알 피트르'란 축제를 통해 음식과 선물을 나눈다.

무슬림 인구가 늘어나는데다 금식 · 금욕 기간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대규모 소비가 이뤄지면서 각국의 라마단 마케팅이 한창이란 소식이다. 라마단 마케팅의 핵심은 할랄 식품 판촉이다.

'할랄(halal)'이란 허용된 것을 뜻한다. 돼지고기와 알코올 성분이 없어야 하고,소나 닭도 독특한 도축법인 다비하,곧 '신의 이름으로'라고 외친 후 단칼에 정맥을 끊어 도살한 것만 사용 가능하다. 금지된 것은 '하람'이라고 부른다. 돼지고기,목 졸라 죽인 것,때려잡은 것,떨어뜨려 죽인 것,서로 싸우다 죽은 것,다른 야생동물이 먹다 남긴 고기,신의 이름으로 잡지 않은 것 등이다.

세계 무슬림은 18억명.중동과 동남아시아 · 아프리카에 주로 거주하지만 유럽과 미국에서도 빠르게 늘어난다. 15년 뒤면 세계 인구의 30%에 이를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구미 각국이 할랄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프랑스의 최대 닭고기 생산업체인 LDC 계열사 레그할랄과 파스타로 유명한 판자니그룹 계열사 자키아는 2009년부터 대대적인 할랄 식품 광고를 시작했고,이탈리아 치즈업체 베로니아는 알코올 성분 없는 버팔로 모차렐라 치즈를 개발했다는 마당이다.

현재 6500억달러인 시장이 매년 10~20% 성장할 걸로 전망되면서 화장품 · 의약품 · 건강보조제 개발도 한창이라고 한다. 우리 기업도 놓치면 안될 시장일 게 틀림없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