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스팸의 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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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5월3일 미 국방부의 군사용 통신 네트워크 '아르파넷'을 개발중이던 스탠퍼드대 · 캘리포니아주립대 · 유타대 연구원들에게 낯선 메일이 날아들었다. 소형 컴퓨터 생산업체인 DEC사의 신형 컴퓨터를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DEC 측에 항의가 잇따랐다. 아르파넷을 연구와 교육용으로만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을 어겼기 때문이다. 별 효과도 못본 채 물의만 일으켰으나 상업적 의도로 보낸 메일의 첫 사례로 남게 됐다.
스팸 메일의 '진짜 원조'는 변호사 부부 로렌스 캔터와 마사 시겔이다. 94년 4월12일 미국 이주민을 위한 그린카드복권 사업 홍보 메일을 '유즈넷' 사용자 수만명에게 전송했다. 엄청난 항의에 시달렸지만 관심을 보이는 사람도 많았다. 간단하게 10만~2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이에 고무돼 '정보고속도로에서 돈 버는 법'이란 책을 공동저술하기도 했으나 1년 뒤 이혼했다. 게다가 캔터는 97년 변호사 자격을 박탈당했고,시겔은 2000년 사망했다. 끝은 그리 좋지 않았던 셈이다. 이런 곡절을 겪으며 등장한 스팸메일은 이제 온라인 세상을 뒤덮고 있다. 미국 인터넷 모니터링사이트 로열핑덤에 따르면 작년 18억8000만명이 107조건의 메일을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2940억건꼴이다. 이 중 스팸이 차지하는 비율이 무려 89.1%에 달했다. 열 중 아홉은 스팸이란 얘기다. 성기능개선제에서부터 음란물,금전대출,대리운전,정치선전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김미영 팀장입니다'로 시작되는 스팸 대출광고로 악명 높던 범인이 체포됐다. 시도 때도 없이 금전 대출 메시지를 보내 '스팸의 여왕'이란 별칭을 얻었지만 실제로는 불법 대부 중개업을 하는 30대 남성이었다. 작년 7월부터 올 5월까지 690만건을 발송,100억원 상당의 대출을 중개해 7억7000만원을 챙겼다고 한다. 2800만건의 음란 스팸도 뿌렸다. 일부 남성 수신자는 그가 여성인 줄 알고 답신을 보내는 우스꽝스러운 일도 벌어졌다.
스팸의 폐해를 막으려는 시도가 있기는 하다. 자동으로 걸러내는 소프트웨어가 여럿 개발됐고 차단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있다. 대량 발송 때 요금을 받거나 메일 서버를 모두 등록시키자는 방안도 나왔다. 그러나 아직은 스팸에서 말끔하게 벗어날 방법은 없다. 먹고 사는 데 쓰레기가 생기듯 인터넷을 쓰는 대가로 여겨야 할까.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스팸 메일의 '진짜 원조'는 변호사 부부 로렌스 캔터와 마사 시겔이다. 94년 4월12일 미국 이주민을 위한 그린카드복권 사업 홍보 메일을 '유즈넷' 사용자 수만명에게 전송했다. 엄청난 항의에 시달렸지만 관심을 보이는 사람도 많았다. 간단하게 10만~2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이에 고무돼 '정보고속도로에서 돈 버는 법'이란 책을 공동저술하기도 했으나 1년 뒤 이혼했다. 게다가 캔터는 97년 변호사 자격을 박탈당했고,시겔은 2000년 사망했다. 끝은 그리 좋지 않았던 셈이다. 이런 곡절을 겪으며 등장한 스팸메일은 이제 온라인 세상을 뒤덮고 있다. 미국 인터넷 모니터링사이트 로열핑덤에 따르면 작년 18억8000만명이 107조건의 메일을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2940억건꼴이다. 이 중 스팸이 차지하는 비율이 무려 89.1%에 달했다. 열 중 아홉은 스팸이란 얘기다. 성기능개선제에서부터 음란물,금전대출,대리운전,정치선전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김미영 팀장입니다'로 시작되는 스팸 대출광고로 악명 높던 범인이 체포됐다. 시도 때도 없이 금전 대출 메시지를 보내 '스팸의 여왕'이란 별칭을 얻었지만 실제로는 불법 대부 중개업을 하는 30대 남성이었다. 작년 7월부터 올 5월까지 690만건을 발송,100억원 상당의 대출을 중개해 7억7000만원을 챙겼다고 한다. 2800만건의 음란 스팸도 뿌렸다. 일부 남성 수신자는 그가 여성인 줄 알고 답신을 보내는 우스꽝스러운 일도 벌어졌다.
스팸의 폐해를 막으려는 시도가 있기는 하다. 자동으로 걸러내는 소프트웨어가 여럿 개발됐고 차단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있다. 대량 발송 때 요금을 받거나 메일 서버를 모두 등록시키자는 방안도 나왔다. 그러나 아직은 스팸에서 말끔하게 벗어날 방법은 없다. 먹고 사는 데 쓰레기가 생기듯 인터넷을 쓰는 대가로 여겨야 할까.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