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현민 "아홉살 때 처음 느낀 아이언 손맛, 그 짜릿함 찾는데 12년 걸렸어요"

● 변현민, 히든밸리오픈서 생애 첫 우승

긍정적인 생각은 '양날의 칼'
1부투어 삼수하며 절치부심…심리상담사 언니가 멘탈 관리
"연장전에서 버디를 잡으며 홀 아웃하는 순간 엄마만 보였어요. 무거운 캐디백을 메준 엄마가 고마웠죠.그런데 제 골프에 대해 간섭하면 아무리 엄마라도 (캐디직을) 자를 거예요. "

지난주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KLPGT) 히든밸리여자오픈에서 생애 첫승을 차지한 변현민(21 · 플레이보이골프 · 사진)은 우승이 확정되자마자 캐디인 어머니와 뜨거운 포옹부터 나눴다. 우승 이전에는 올시즌 최고 성적이 14위에 불과할 정도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다가 이번 대회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변현민을 3일 만났다. "아홉살 때 처음 골프장에서 아이언을 휘둘렀는 데 첫 번째 볼이 20야드라고 써 있는 타이어에 정확하게 들어가더군요. 그때 손에 느껴진 짜릿한 감각이 좋아 골프를 시작했죠.그런데 그 감을 찾는 데 12년이 걸렸네요. "

1부 투어 입성도 동갑내기보다 2년 늦었다. 프로로 데뷔한 것은 2007년인데 두 번의 시드전에서 탈락하고 세 번째 도전 만에 통과했다. 동기인 김혜윤 정재은이 1부 투어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을 때 그는 후배들과 함께 2부 투어를 뛰었다.

"프로가 되면 다 되는 줄 알았어요. 첫 시드전에 '잘하면 좋고 아니면 말고'라는 안일한 마음으로 나간 거죠.두 번째 시드전에서도 떨어지니 절박해지더군요. 세 번째 시드전에선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샷을 했죠.절실하니까 원하던 결과가 나오더군요. "변현민이 자신의 장점으로 꼽은 '긍정적인 성격'은 멘탈 스포츠인 골프에선 양날의 칼이었다. 그는 "긍정적인 성격 때문에 욕심이 너무 없었고 남들 모습에 자극도 안 받았다"며 "대회 막판엔 집중력도 떨어져 초반 반짝 선두로 나섰다가 하위권으로 처진 적도 많았다"고 말했다. 아마추어 땐 80타를 넘기고서도 웃으면서 대회장을 나오곤 했다.

그랬던 그가 달라졌다. 히든밸리여자오픈에선 첫날부터 집중력이 좋았다. 마지막날 5타를 줄이며 연장전에 들어간 뒤 우승을 일구는 뒷심도 보여줬다.

1부 투어에 데뷔한 지난해 상금랭킹 43위에 머물렀던 그는 절치부심했다. 지난겨울 전지훈련에선 마인드 컨트롤에 모든 걸 쏟았다. 청소년 심리상담사인 언니의 충고가 마음을 다잡는 데 도움이 됐다. 5주간의 여름휴가에선 스윙 폼을 교정했다. 스윙 시 하체 움직임이 너무 많아 상체가 빨리 무너지는 약점을 고치기 위해 하체를 단단히 잡아두면서 상체를 정확하게 회전하며 스윙하는 데 치중했다. 필라테스로 굽은 등을 펴는 등 자세를 교정하니 유연성도 좋아졌다. 상반기에 50%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던 그린 적중률이 히든밸리 대회 때에는 83.33%까지 올라갔다. 상반기에 다른 클럽으로 바꿨다 다시 잡은 이맥스의 아이언도 자세 교정 이후 효과를 봤다.

그의 웃음 뒤에는 힘들었던 시기가 숨어 있다. 중학교 때 아버지가 빚을 남겨놓고 돌아가시면서 무엇보다 경제적인 위기로 고생했다. 어머니는 "대회에 출전하는 데 5000원짜리 해장국 한 그릇 사주지 못하고 김밥을 싸줬던 게 마음에 걸렸다"며 "그런데도 현민이는 엄마 장사가 잘될 때도 있지 않겠느냐며 오히려 위로하더라"고 당시를 회고했다.

변현민은 "당시 재앙이라고 말할 정도로 힘들었지만 결국 제가 가야 할 길은 골프밖에 없더라"고 했다. 이제 첫승을 올린 그는 겸손했다. "이번 우승으로 부담감은 덜었지만 교만해질까 걱정이에요. 더 좋은 성적이 나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년 안에 상금왕을 차지할 거예요. "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