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변호사 시험 합격한 68세 前서울고검장

주광일 세종대 석좌교수…"도전하는 것 보여주고 싶었다"
"서울대 법대생 시절에는 하루 16~17시간을 공부했지만 나이 70을 앞두고는 3~4시간도 집중하기가 정말 힘듭디다. "

서울 고등검찰청 검사장을 지낸 주광일 세종대 석좌교수(68 · 사진)는 지난 2월 치러진 미국 워싱턴DC 변호사시험에 최고령으로 합격한 소감을 이같이 말했다. 워싱턴DC 변호사시험은 미국 주(州) 가운데서도 합격률이 낮아 응시생을 골탕 먹이기로 정평이 나 있다. 미국 내 로스쿨에서 26학점 이상 이수해야 시험을 치를 수 있다. 주관식 문제가 많아 까다롭다. 최근 합격 통보를 받은 그는 오는 8일(이하 현지시간) 워싱턴DC 항소법원에서 미국 변호사 선서를 한다. 주 교수는 3일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식지 않은 도전정신을 입담 좋게 펼쳐보였다. 1965년 사법시험 5회 합격 동기생 264명 중 최연소(만 22세)로 임관한 그였으나 "이번에 막내 아들 또래들과 이틀에 걸쳐 시험을 봤다"며 크게 웃었다.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웬 도전이냐고 묻자 "누구나 불혹(40세)을 넘어서면 대체로 도전을 포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이상 나이가 들어도 공부하고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고 답했다.

영어공부는 언제,어떻게 했을까. 그는 기다렸다는 듯 때론 영어를 섞어가며 술술 답했다. "대학교 때 배운 영어가 탄탄한 기초가 됐습니다. 당시 서울공대 교수님이 집필하신 '유진 구문론'이 최고의 학습서였죠.웬만한 고전 소설은 영어원문으로 독파하고 시드니 셀던의 소설도 영어로 다 읽었으니까요. "

영어실력은 과거 그의 활약상에서 드러난다. 검찰 재직 시절인 1978년이었다. '코리아게이트'라고 불린 박동선 사건 때 미 법무부 차관보가 자국의 검찰 조사단을 이끌고 한국에 왔다. 미 차관보는 통역으로 참여한 그에게 "큰 도움이 됐다(great help)"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는 김대중 정부 시절 장관급인 국민고충처리위원장(현 국민권익위원장)을 지내면서 세계옴부즈맨협회(IOI) 등 국제회의에서 통역 없이 외교활동도 펼쳤다. 그가 미국 시카고 노스웨스턴대 로스쿨을 졸업한 것은 공직에서 물러난 후인 2006년 환갑을 넘었을 때다. 워싱턴DC변호사 시험은 2008년부터 준비했다. 미국에서 활동할 계획이냐고 묻자 "후배들을 가르치고 미국 변호사 시험에 도전하려는 학생과 주경야독하는 분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한국 기업들이 미국 내 로비나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 변호사들에게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며 혀를 찼다. "지난 7월 국내 법률시장도 개방됐는데 전문성을 갖추고 미국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한국인이 많이 나오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검찰에서 특별수사통이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사건 수사 때는 서울지검 특수3부 평검사로 검시를 직접 맡았다. 당시 민간인으로선 유일하게 시해 범인들을 조사했다. 율산그룹 관련,'율산사건'의 주임검사이기도 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