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 패닉] 물가 잡기 급한데 주가 급락…8월 금리인상 물건너갔다

● 11일 금통위 주목

물가보다 경기둔화 우려 커져…주요국 중앙銀도 금리 동결
연내 추가인상 한 차례 그칠 듯
국내외 경제의 더블딥(잠시 회복 뒤 재침체) 우려가 높아지면서 오는 11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연 3.25%로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높은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경기 불확실성이 급속히 커져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금리가 오르면 투자와 소비가 위축돼 경기 둔화 폭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주초까지만 해도 한은이 이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4.7%로 지난 3월과 같은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 들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개월 연속으로 한은 물가안정 목표 범위(3±1%)의 상단을 넘었다. 이달 들어 가정용 전기요금이 2% 오르고 집중호우로 채소가격이 급등,금리 인상을 통해 물가 상승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은 더욱 높아졌다. 하지만 미국 경기지표 부진으로 뉴욕 주가가 급락한 데 이어 국내 주가마저 지난 2일 이후 4일 연속 급락하면서 물가보다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박혁수 현대증권 채권전략팀장은 "물가 안정이 한은의 첫 번째 목표지만 대외 요인을 무시한 채 금리를 올릴 순 없다"며 "더블딥 우려가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어려워 이달 기준금리는 동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국 중앙은행도 경기 위축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추세다. 올 들어 전 세계적으로 물가 상승률이 높아지면서 신흥국은 물론 일부 선진국 중앙은행도 금리 인상 대열에 합류했지만,이달 들어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호주 중앙은행이 지난 2일 기준금리를 연 4.75%로 동결한 데 이어 일본은행과 유럽중앙은행(ECB),잉글랜드은행이 4일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자국 통화의 지나친 평가절상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한 국가도 있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지난 3일 기준금리인 3개월 리보 금리를 연 0.25%에서 0% 수준으로 인하했고,터키 중앙은행은 4일 기준금리를 연 6.25%에서 5.75%로 0.5%포인트 내렸다. 윤여삼 대우증권 선임연구원은 "ECB가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의 국채 매입 의사를 밝히는 등 유동성 공급을 늘리는 상황에서 한국만 긴축 기조를 유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연내 기준금리 추가 인상도 한 차례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올 들어 한은이 대외 불안 요인에 민감하게 반응해온 점도 금리 동결을 점치게 한다. 지난 5월 금통위 때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했지만 한은은 유럽 재정위기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근거로 금리를 동결했다. 박유나 동부증권 연구원은 "한은은 경기 불안이 완화되기를 기다렸다가 기준금리 인상을 재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기 불안이 확산되고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채권금리는 큰 폭으로 하락(채권가격 상승)했다. 5일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3.61%로 전날보다 0.16%포인트 떨어졌다.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0.13%포인트 떨어진 연 3.77%로 마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