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日 JX의 '끈끈한 제휴'…1조3000억 '울산 프로젝트' 손잡다

◆ PX공장 합작…2014년부터 상업생산

중국 등 亞 시장 함께 공략
日 지진 때 SK가 전폭 지원 "제휴관계 넘어 사업 동반자"

지난 3월11일 일본에서 대지진이 발생하자 SK그룹과 일본 JX그룹 간의 돈독한 제휴관계는 큰 주목을 받았다.

최태원 SK 회장은 곧바로 JX홀딩스에 위로 서한을 보냈고,구자영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일본 내국인들조차 해외로 빠져나가던 때 도쿄의 JX에너지 본사를 직접 찾았다. SK이노베이션은 도호쿠(東北) 지역에 하역이 예정됐던 원유를 구매해 주고,휘발유를 JX에너지에 최우선 공급하는 등 협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 뒤 5개월 가까이 흐른 5일,SK이노베이션과 JX에너지는 각각 이사회를 열고 두 회사의 합작투자 건을 통과시켰다. 구 사장은 이날 "이번 JX에너지와의 공동 투자를 통해 양사는 아시아 에너지 시장에서 주력 공급자로서 입지를 굳혀 나갈 것"이라며 "이제 두 회사는 제휴관계를 넘어 사업동반자가 됐다"고 말했다.

◆중국 등 세계 시장 공동 공략

한 · 일 양국 최대 에너지 기업인 SK이노베이션과 JX에너지의 합작은 확대되는 세계 PX(파라자일렌) 시장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중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의류산업이 커지며 PX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자 합작을 통해 투자 부담을 줄이면서 기술을 공유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면화를 대체하는 합성섬유는 PTA(고순도테레프탈산)를 원료로 만들어지는데 이 PTA를 만드는 기초원료가 PX다.

전 세계 PX 수요는 중국을 중심으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석유화학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600만t이었던 중국 내 PTA 생산량은 2014년까지 2600만t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최근 들어 국제 금융시장이 얼어붙은 것도 합작의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합작 법인을 통해 1조~2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 부담을 나눠 지겠다는 의미다. 또 대지진 이후 일본 업체들이 해외 공장 건설에 관심을 쏟는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김평중 석화협회 연구조사본부장은 "일본은 지진 피해에 대한 우려가 큰 데다 전기 사정도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일본 기업으로서도 한국에 투자할 매력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국내 4사 PX 생산량 확대

국내 정유사들의 PX 생산 규모도 경쟁적으로 늘고 있다. 올초 에쓰오일은 온산공장 확장 프로젝트를 통해 기존 연 70만t이었던 PX 생산량을 160만t으로 늘렸으며,현대오일뱅크도 지난 6월 일본 코스모석유와 합작해 PX 생산설비를 포함한 석유화학 공장을 착공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현재 37만t인 PX 생산규모는 2013년 상업가동을 시작하면 117만t으로 확대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GS칼텍스는 이미 2003년 연 120만t 규모의 PX 생산능력을 확보했으며,SK종합화학은 기존 연 80만t에 싱가포르와 이번 합작 투자에 따른 증설을 통해 2014년 한 해 150만t의 생산규모를 갖추게 된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의 윤활유 부문 자회사인 SK루브리컨츠는 3500억원 규모의 제5윤활기유 공장을 울산에 건설하기로 하는 투자 양해각서(MOU)를 JX에너지와 체결키로 했다. 내년 하반기부터 연 2만6000배럴 생산규모로 본격적인 상업가동에 나설 예정이다.


◆ PX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방향족(BTX · 벤젠,톨루엔,자일렌) 가운데 자일렌을 가공해 얻어지는 제품.합성섬유의 원료인 PTA(고순도테레프탈산)를 만드는 데 쓰인다.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