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인수 참여 해외자본, 국내기업에 의결권 위임해야

채권단, 경영권 안전장치 마련
하이닉스반도체 인수전에 뛰어드는 해외 투자자는 하이닉스 인수시 의결권을 국내 기업에 위임해야 하는 등 경영권 참여가 제한된다. 채권단은 하이닉스의 첨단 반도체 기술이 해외에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경영권 안전장치를 마련하기로 했다.

정책금융공사 관계자는 7일 "보통 컨소시엄의 전략적투자자(SI)와 재무적투자자(FI) 지분이 엇비슷할 경우 FI는 SI에 회사 주요 경영사안에 대한 의결권을 위임하고 지분 매각 때 SI에 주식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장한다"며 "이런 조건들이 주주간 협약서에 포함돼 있는지 여부를 하이닉스 매각 때도 확인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의사를 채권단 주관기관인 외환은행에 전달했고 외환은행도 긍정적으로 반응했다"며 "채권단 의견을 수렴해 조만간 기준과 원칙을 확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이닉스 채권단은 SK텔레콤과 STX그룹 등 인수 기업들이 본입찰에 참여할 때 제출할 컨소시엄 주주간 협약서(계약서)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검증할 계획이다.

채권단은 다만 FI의 경영권 행사를 일일이 제한하기보다 원칙과 기준을 정하고,인수 후보자가 이 조건에 맞춰오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본입찰 안내서에 "컨소시엄 대표(SI)는 기업 인수 후 경영권 행사에 지장이 없어야 한다"는 문구를 넣는 식이다. IB(투자은행) 관계자는 "통상 컨소시엄 당사자들이 챙길 이슈이지만,반도체산업 특성상 매도자가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채권단의 이런 방침은 3조원 안팎으로 예상되는 하이닉스 인수자금 중 절반가량을 중동 국부펀드를 통해 조달하겠다는 STX그룹을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앞서 지식경제부도 외환은행과 정책금융공사 등 채권단에 하이닉스 경영권이 해외 자본에 넘어가거나,반도체 첨단기술이 유출될 수 있는 상황을 우려한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좌동욱 기자 left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