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용등급 강등 '후폭풍'] 달러 불신에도 美국채 투매는 없을 듯…금값은 당분간 '고공행진'

● 숨죽인 글로벌시장…돈은 어디로

日 "美 국채 대신할 투자처 마땅치 않다"
도이치뱅크 "금값 온스당 2100弗까지 갈 것"

글로벌 자금시장이 숨을 죽이고 있다. 지난 5일(금요일) 장 마감 후 발표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 이번주 글로벌 자금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 국채 보유국들과 투자자들이 신용등급이 떨어진 미 국채를 내다팔면서 자금시장이 요동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9조3000억 달러에 달하는 미 국채 발행잔액 중 약 46%를 해외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금을 제외하곤 미 국채를 대신할 투자처가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 신용등급 강등이 자금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중국,미 국채 투매 나서나

가장 주목되는 건 미 국채 최대 보유국인 중국의 반응이다. 중국은 3조2000억달러의 외환보유액 중 약 70%를 달러표시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 중국이 미 국채 투매에 나설 경우 상당한 후폭풍이 불가피하다. 인민은행의 한 고위 관리는 다우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과도한 달러자산 보유에 대한 리스크가 커졌다"며 "중국은 보유 외환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관리의 발언이 최근 몇 달간 늘어나는 미국 부채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완화된 통화정책을 우려해온 중국 정책 당국자들의 정서와 맥을 같이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중국이 보유 외환을 다변화하길 원해도 미 국채를 대신할 대안이 없어 당장 투매에 나서긴 힘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AA+도 여전히 높은 등급인 데다 미국 채권 시장 규모가 워낙 커 미 국채의 매력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미국 증권금융산업시장협회(SIFMA)에 따르면 미국 채권시장 규모는 35조달러에 달한다. 중국 다음으로 미 국채를 많이 보유한 일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특히 엔고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일본은 달러 자산을 매각하기가 더욱 힘든 처지다. 일본은 지난 4일 4조5000억엔(574억달러)에 달하는 엔화를 내다팔았다. 일본의 고위 공무원이 "일본이 미 국채에 대해 갖고 있는 신뢰와 투자자산으로서 미 국채의 매력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안전자산 쏠림현상 심화

금은 미국 달러,국채와 함께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여겨져왔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값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미 국채의 신용등급 하락으로 투자자들이 국채와 달러를 매도하면 그 대안은 금이 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S&P의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이 점쳐지던 지난 몇 주간 금값은 계속해서 상승세를 그려왔다.

4일과 5일 뉴욕증시 폭락으로 추가 증거금을 내게 된 투자자들이 금을 현금화하며 반짝 하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한 주 전체를 따지면 금값은 1.3%나 올랐다. 특히 S&P가 미국 정부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바꾼 지난 4월 말 이후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는 11% 하락하고 유가는 24% 떨어졌지만 금값은 7%나 상승해 온스당 1660달러대까지 치솟았다.

도이체방크는 온스당 2100달러에 도달할 때까지는 금값이 과도하다고 말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가격 기준으로 금값은 1980년 1월 2395달러까지 올랐다. 도이체방크는 신흥국의 인플레이션이 선진국으로까지 옮겨붙는 시점에서 금값이 1980년 수준으로 오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