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용등급 강등 '후폭풍'] 국제사회 환율방어 공조 나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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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3차 양적완화 불가피…달러약세 지속될 듯"새로운 차원의 환율전쟁이 벌어질 것이다. 지금까지는 이머징 국가들이 약달러에 반발했지만 이제는 선진국과 신흥국 가리지 않고 자국 통화 방어에 나설 것이다. "(캘럼 헨더슨 스탠다드차타드 싱가포르 통화담당수석)
스위스·日 등 시장 개입…효과 나타날지 미지수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사실상 2차 환율전쟁이 시작됐다는 우려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확산되고 있다. 1차 환율전쟁은 지난해 8월 미국이 2차 양적완화를 실시하면서 달러 가치가 급락하자 브라질 등 주요 신흥국들이 환율 방어에 나서면서 촉발됐다. 지난해 11월 브라질 재무장관이 휴전을 선언하면서 1차전은 막을 내렸다. 그러나 미국이 'AAA'그룹에서 쫓겨나면서 달러의 추가 약세가 예상되자 2차전 개전이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신용등급 강등 악재 외에도 더블딥(경기 회복 후 재침체) 문턱에 와 있는 미국의 허약한 경제체질 탓에 달러 약세는 불가피하다는 분위기다. 궁지에 몰린 미국이 '달러 살포'에 다시 나서 2차 환율전쟁이 전면전으로 확산될지 여부는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입에 달렸다. 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와 26일 세계중앙은행 연찬회(일명 잭슨홀 미팅)에서 버냉키 의장이 추가 양적완화를 시사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스위스 일본 등 선진국 일부 국가들은 지난주 이미 선전포고를 했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스위스프랑 가치를 떨어트리기 위해 지난 3일 기준금리를 연 0~0.75%에서 0~0.25%로 낮췄다. 일본 정부는 4일 4조5000억엔을 풀어 달러를 사들이는 시장개입을 단행했다.
신흥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도 바빠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인플레에 맞서 금리 인상 등 긴축정책을 계획했던 일부 국가들이 급히 전략 수정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금리를 올리면 달러가 유입되면서 자국 통화가치가 올라갈 것을 두려워해서다. 수 트린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홍콩지점 통화전략가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의 중앙은행이 당초 계획했던 긴축정책을 최대한 늦추거나 긴축 수준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각국의 이런 움직임에도 통화방어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도쿄 외환시장에서 7월 말 76엔대까지 떨어졌던 엔 · 달러 환율은 지난 4일 일본 정부의 개입으로 장중 80엔까지 올랐지만 다음날 다시 78엔대로 떨어졌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