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구멍 뚫린 防産 보안시스템

"낡은 관행을 과감하게 털어내라.리베이트만 없애도 무기 도입 비용의 20%를 줄일 수 있다. "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방위산업시스템 개혁에 대한 강도 높은 의지를 표명했다. 그렇지만 방위산업을 둘러싼 구설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전 공군 참모총장이 미국 군수업체에 군사기밀을 유출한 의혹을 받을 정도로 상황은 오히려 더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 5년간 방산업체에 취업한 직업군인 출신이 400명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기 획득을 둘러싼 군과 민간의 커넥션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93년 감사원은 개청 이래 최대 규모의 감사인 방산 관련 '율곡사업' 뇌물 비리를 파헤쳤다. 국방장관 2명을 포함한 전직 군 고위관계자 6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1996년에는 정찰기 도입 사업과 관련,미국 무기 중개업체 대표이던 린다 김의 로비 의혹이 제기돼 온 나라가 시끄러웠다.

군과 민간이 커넥션을 이루는 가장 큰 이유는 군수품 구매가 기밀로 다뤄지기 때문이다. 군수품 거래의 성패를 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정보력이란 얘기다. 이에 따라 방산업체들은 군 고위 인사들에게 연줄을 대는 데 사활을 걸며 퇴역 장성이나 장교를 중역으로 고용해 왔다.

현행 제도의 허점을 악용한 결과다. 공직자윤리법상 대령 및 4급 이상 고위 공직자는 퇴직 전 3년 이내에 소속된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민간업체에 퇴직 후 2년간 취업할 수 없다. 취업 제한 대상은 자본금 50억원,외형거래액 연간 150억원 이상의 업체다. 자본금 규모가 작은 국내 무기중개업체는 대부분 제약없이 전관예우 차원의 영입이 가능하다. 군사기밀을 다루는 분야에 근무한 경력자도 직무관련성이 없다는 이유로 민간 기업 취업이 자유롭다. 정부는 군과 업체 간 고리를 끊기 위한 다각도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소령급 이상까지 민간 취업 제한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해당사자들의 조직적인 반발을 극복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방사청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방위사업에서의 원가부정행위방지법(원가 정보를 방사청에 낱낱이 공개)'은 업계의 로비로 국회 입법과정에서 지지부진하다. 방산 개혁이 기로에 서 있다. 경제관료 출신 노대래 방사청장의 어깨가 무겁다.

홍영식 정치부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