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은 경기회복에 베팅…보험사 사들인다

"더블딥 없다…그래서 손실 볼 일도 없다"
재보험사 '트랜스애틀랜틱' 32억弗에 인수 나서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미국 재보험사 트랜스애틀랜틱 경영권 인수에 나섰다. 그가 제시한 가격은 32억4000만달러(3조5000억원)다. 이 같은 투자 결정은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인한 금융시장 혼란과 경기불황이 예견되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경기침체에 허리케인 등 자연재해 발생이 늘어나 보험업계 수익이 악화되고 있지만 버핏은 "제2의 경기침체는 없다"며 보험업 성장 가능성에 베팅한 것이다.

8일 CNBC에 따르면 버핏이 운영하는 미국 최대 금융 · 보험지주회사인 벅셔해서웨이는 자회사(내셔널인뎀니티)를 통해 트랜스애틀랜틱을 주당 52달러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이는 지난 5일 종가에 15% 프리미엄을 얹은 수준이다. ◆"경기침체 없다에 강하게 베팅"

트랜스애틀랜틱 인수 결정은 최근 벅셔해서웨이 보험 부문의 수익성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벅셔해서웨이는 지난 1분기 전체 이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보험 부문에서 9년 만에 처음으로 손실(8억2100만달러)을 입었다. 2분기에도 전체 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4% 증가했지만 보험 부문은 900만달러 손실을 냈다. 자연재해로 재보험사가 큰 손실을 본 데 따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70여개의 보험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버핏이 또 다른 보험사 인수에 나선 것은 미국 경기에 대한 강한 자신감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최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에 두 번째 침체가 오지 않는다는 데 베팅하고 있다"며 "얼마나 경기 회복이 빨리 진행될지는 알 수 없지만 더블딥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실업률은 현재 9%대에서 수년 내 6%대로 떨어지고 건설업도 회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험사들의 수익성이 경기 회복과 함께 더욱 좋아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최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했을 때도 "만약 AAAA 등급이 있다면 난 미국에 이 등급을 부여할 것"이라고 S&P의 결정을 반박하기도 했다. AIG의 자회사인 트랜스애틀랜틱 인수전에는 현재 경쟁사인 얼라이드월드어슈런스컴퍼니와 밸리더스홀딩스도 뛰어든 상태다. CNBC는 "478억9000만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벅셔해서웨이는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트랜스애틀랜틱을 택했다"며 "'오마하의 현인(버핏)'은 더 많은 보험사들을 인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보험회사,최고의 잠재력 갖고 있어"

버핏이 보험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51년 자동차보험회사 게이코에 투자하면서부터다. 그는 게이코에 1만달러를 투자해 50%의 수익을 남겼다. 1962년부터는 섬유회사 벅셔해서웨이를 인수,금융 · 보험회사로 탈바꿈시켰다. 1967년 지방 보험사인 내셔널인뎀니티와 내셔널화재해상을 인수했고,1996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이코를 통째로 사들여 부활시켰다. 1998년에는 장부가격 81억달러 수준인 재보험사 제너럴콜론리를 220억달러에 인수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버핏은 "모든 자회사 가운데 보험회사가 최고의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말해왔다. 보험료를 수취하는 시점과 보험금을 지급하는 시점 사이의 기간에 풍부한 부동자금을 이용해 다른 곳에 투자하는 '레버리지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