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조차 "시장경제 원칙 훼손" 비판

여야의 저축은행 피해자 보상안에 대해 경제통 의원을 중심으로 "내년 총선을 앞두고 포퓰리즘의 덫에 걸려 시장원칙을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한나라당 경제통인 나성린 의원은 "나쁜 선례는 향후 금융시스템에 엄청난 후폭풍을 가져올 수 있는 만큼 원칙을 최대한 지켜야 한다"며 "피해금액 범위와 구제 순서 모두 원칙에서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책통인 이한구 의원 역시 "소득과 연계해 피해액을 보전해주겠다,재원을 국가재정에서 가져오겠다는 아이디어 모두 지금까지 만들어온 금융질서를 크게 흔드는 방안이고 사법질서를 어지럽히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정치권이 저축은행 사태를 풀어가는 데 있어서 이성을 잃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내년 총선을 의식한 나머지 국가의 재정건전성과 보상 원칙을 도외시한 포퓰리즘에 빠졌다는 지적이다. 강봉균 민주당 의원은 "특별법을 만드는 것은 예금자보호법의 근간을 훼손할 뿐 아니라 80여개에 달하는 저축은행의 추가 부실이나 유사 금융피해사태 발생 시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잘못을 규명해 보상해야 함에도 무턱대고 표만 의식해서 보상해주려는 건 잘못"이라며 "명백한 감독관리 부실로 인한 경우에 한해 정부가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을 하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예금보호액을 늘리려는 시도는 기존의 규율과 원칙을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앞으로 예금보험기금이 부족해지면 결국 세금으로 메워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현재 미국의 증시 폭락도 결국 재정이 망가져서 생긴 것"이라며 "선의의 피해자 구제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갖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형호/허란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