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전략] 정책효과 지속 미지수…"추가 조정 염두에 둬야"

국내 증시가 엿새 연속 폭락한 9일에도 전문가들은 "정책적 대안에 대한 시장 기대감이 큰 상황"이라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다만 시장 심리가 극도로 악화된 상태여서 어떤 대책도 '약발'이 오래가긴 힘들 것으로 점쳤다. 추가 하락 가능성을 열어 놔야 한다는 것이다.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그나마 연기금을 중심으로 한 기관 매수 덕분에 장중 낙폭을 크게 축소한 게 위안"이라고 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오전 한때 사상 최대인 184.77포인트 대폭락하며 1700 아래로 내려갔다가 오후 들어 낙폭을 크게 축소 결국 전날보다 68.10포인트(3.64%) 내린 1801.35로 장을 마쳤다.

박 팀장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예상보다 강한 조치가 나올 가능성이 있어 투자심리가 다소나마 회복됐다"고 했다. FOMC는 한국 시각으로 10일 새벽 회의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그는 "FOMC가 QE2(2차 양적완화)의 6000억달러보다 규모가 더 큰 QE3(3차 양적완화)를 발표하거나, 국채 이외의 공공기관 채권까지 사는 방안을 내놓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박 팀장은 다만 "시장 심리가 워낙 안 좋아 어떤 방안이 나와도 제한적 반등에 그칠 것 같다"며 "당분간은 추가 하락 가능성도 열어놔야 한다"고 했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연구원도 "요즘과 같은 주가 폭락은 경제의 시스템 리스크가 현실화 될 것이란 전제를 깔고 가는 것"이라며 "조정이 상당 기간 길어질 수 있다"는 다소 우울한 전망을 내놨다.박 연구원은 "가장 우려되는 시스템 리스크는 미국이 아니라 유럽이다. 그리스 이후 이탈리아가 다음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 타깃으로 거론되고 있는데, 만약 이탈리가의 위기가 현실화 될 경우 그리스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가 넘어지면 프랑스, 독일 등 유럽에서 가장 튼튼하다고 여겨지는 국가들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글로벌 증시가 단기간 폭락했기 때문에 시스템 리스크 우려는 단순 헤프닝으로 그칠 것 같지 않다"며 "유럽의 재정 위기가 더 확대된다면 유럽 경제는 물론 미국 경제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박 연구원은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우려일 뿐 아직은 현실화 된 게 아니다"며 "당분간은 시장 상황을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