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돈 풀어 소비 진작 시키는 게 세계 경제 추락 막을 유일한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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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위기 다시 오나 - 손성원 캘리포니아大 교수"미국이나 유럽이 마땅히 사용할 카드가 없습니다. 세계 경제 추락을 막을 유일한 방법은 중국이 돈을 풀어 소비를 진작시키는 것인데 이것도 여의치 않은 상황입니다. "
주식시장 다소 과민반응…주가 급락세 조만간 멈출 것
美 3차 양적완화 득보다 실…지출 줄이고 세금 더 걷어야
S&P가 잘못 판단한 듯…美 더블딥 가능성은 40%
미국 월가에서 '족집게 애널리스트'로 꼽히는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사진)는 "세계 경제는 당분간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등이 재정정책도,통화정책도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도 더블딥(경기 회복 후 재침체)에 빠질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단기 급락한 세계 증시는 조만간 하락세를 멈추고 횡보하는 장세를 연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을 방문 중인 손 교수를 9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세계 경제가 혼란 상태다. 증시는 공포로 가득차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좋지 않은 시기에 미국 신용등급을 떨어뜨렸다. 유럽 재정위기가 지속되는 데다 미국 경제의 더블딥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세계 경제가 받는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
▼S&P가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한 것이 잘못됐다는 얘기로 들린다. "S&P가 잘못 판단했다. 신용등급이란 채무 상환 능력을 말한다. 미국은 아무리 어려워도 달러를 찍어내 빚을 갚을 수 있는 유일한 나라다. 사실상 부도 위험이 없다. 신용등급을 왜 떨어뜨렸는지 모르겠다. 다만 S&P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백악관과 의회가 긴장할 수 있는 점은 괜찮은 효과다. 정신을 바짝 차릴 수밖에 없다. "
▼한국 증시는 6일째 급락했다. 세계 증시를 어떻게 보는가.
"시장이 다소 과도하게 반응한 것 같다. 조만간 주가 급락세는 멈출 것으로 본다. 이후 각국의 정책에 따라 반등을 모색할 전망이다. 하지만 증시가 바로 반등한다고 보기는 힘들다. 실물경제 움직임을 살피며 당분간은 횡보하는 장세를 연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경제는 미국의 대책을 간절히 기다리는 분위기다.
"미국 정부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내놓을 카드가 별로 없다. 재정 지출은 의회 합의에 따라 줄여가야 할 처지다. 통화정책도 더 이상 쓰기 어렵다. FRB가 내놓을 수 있는 것은 '세계 경제를 살리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등의 립서비스와 은행 여신 규제를 풀어 신용 경색을 해소하는 규제 완화 정도다. "
▼제3차 양적완화(QE3)가 나올 가능성은."일부 전문가들은 2차 양적완화가 좋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돈이 풀리고 물가가 오르면서 원자재값이 뛰었다. 소비자들의 구매력은 떨어졌고,소비가 살아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제3차 양적완화도 마찬가지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부추기고 달러화 가치를 떨어뜨린다. 그렇게 되면 중국 일본 한국 등이 미국 국채 매입을 꺼린다. 하루에 20억달러를 빌려야 하는 미국 정부로서는 득보다는 실이 많다고 본다. "
▼그래도 FRB가 사용할 수 있는 카드는 제3차 양적완화가 유일하지 않은가.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시장에서 국채를 사들인다는 정도의 표현은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대규모 국채를 사들이는 제3차 양적완화 카드를 쉽게 빼들지 못할 것으로 본다. 양적완화보다는 차라리 정부 지출을 줄이고 세제를 개혁해 더 많은 세금을 흡수하는 게 필요하다. "
▼그렇다면 미국 경제가 더블딥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더블딥 가능성을 40% 정도로 본다. 2개월 전만 해도 15%로 봤는데 최근 가능성을 높여 잡았다. 더블딥을 막기 위해 사용할 카드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완충재가 잘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
▼유럽의 재정위기도 아직 진행형이다.
"유럽은 1990년대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다. 나쁜 걸 도려내야 하는데 감추는 데 급급하다. 포르투갈 그리스 등은 부도를 선언하는 게 맞다. 하지만 이를 임시방편으로 덮고 가다 보니 스페인 이탈리아 등으로 위기가 번지고 있다. 1990년대 일본이 대규모 부실을 감추다가 큰 곤란에 빠졌듯이 말이다. 썩는 냄새가 풀풀 나는데 우리는 괜찮다고 주장하는 꼴이다. "
▼유럽도 위기 극복을 위해 사용할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얘기로 들리는데.
"그렇다. 짐을 유럽중앙은행(ECB)이 짊어지고 있다. ECB가 이탈리아 등의 국채를 매입함으로써 은행이나 각국 정부의 부실을 떠안고 있다. 민간에서 발생한 부실을 정부가 떠안고 이를 ECB가 책임지는 형국이다. ECB도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
▼미국도,유럽도 대책이 없다면 세계 경제는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는가.
"세계 경제도 더블딥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해선 안 된다. "
▼한국 경제는 어떻게 보고 있는지.
"한국의 수출 의존도는 높은 편이다. 미국과 유럽 경제가 나쁘면 중국 경제도 영향을 받는다. 이들에 대한 수출 비중이 절대적인 한국 경제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는 가계 부채가 문제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내수가 증가할 가능성은 낮다. 한국도 세계 경제 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
▼중국의 영향력을 너무 과소평가하는 것 아닌가.
"옳은 지적이다. 세계 경제를 동반 침체에서 구할 유일한 방안을 중국이 갖고 있다. 대규모 현금을 갖고 있는 중국 정부가 돈을 풀어 내수를 진작하면 세계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다. 중국의 수입이 늘어나면 세계 경제도 활력을 되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도 인플레이션을 우려해야 할 상황이어서 쉽게 결정할 수 없을 것이다. "
▼일부에서는 최근 상황이 1930년대 대공황과 닮아가고 있다고 지적하는데."대공황하고는 분명히 다르다. 당시 미국 실업률은 25%에 달했다.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세계 교역이 위축됐다. 분명한 정책적 오류다. 지금 정책은 이런 오류를 최소화하고 있다. 정책이 정교하고 국제 공조 체제도 괜찮은 편이다. 대공황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본다. "
하영춘 증권부장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