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포퓰리즘 경쟁이 세계 경제 망친다"

글로벌 경제위기 다시 오나 - 아리스티데스 하치스 교수가 밝히는 그리스의 몰락

선심성 복지는 죽음의 구덩이…흥청망청 '30년 파티' 끝나
무상 의료 제공 받지만 뇌물 줘야 좋은 병실 얻어
과도한 기업 규제 덕택에 조선산업들도 외국으로 옮겨
"그리스가 국가 부도 사태에 처해 전 세계의 웃음거리가 된 것은 정치권이 경쟁적으로 비효율적인 복지정책을 쏟아냈기 때문입니다. "

아리스티데스 하치스 아테네대 교수(44)는 "구제금융 이후에도 그리스는 여전히 복지 포퓰리즘에 빠져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하치스 교수는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자유기업원이 9일 서울 태평로 더플라자호텔에서 마련한 초청 강연에서 '그리스 국가부도,그 원인과 교훈'을 주제로 강연했다. 하치스 교수는 미국 시카고대 로스쿨에서 석 · 박사를 마치고 현재 그리스 법과 경제학회 공동 편집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리스는 1929년부터 1980년까지 연평균 1인당 실질 국민소득 1위,평균 경제성장률 2위를 기록하는 등 세계 경제의 모범생으로 불렸다. 그러나 지난해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으로부터 110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받은 데 이어 지난달 1586억유로(240조원)의 추가 구제금융을 받는 등 세계 경제의 골칫덩이로 전락했다.

하치스 교수는 "1981년 사회당인 '파속(PASOK)'당이 집권하면서 비효율적인 복지정책을 남발하고 과도한 규제 정책을 펼치면서 그리스 경제가 주저앉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1981년부터 2009년 사이 복지 포퓰리즘과 연고주의,보호주의,온정주의가 그리스 사회를 뒤덮었다"며 "그리스 국민들은 30년 동안 파티를 즐긴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그리스에서 이뤄지고 있는 무상 교육 · 의료 정책을 예로 들며 이런 복지정책이 도리어 사회 부패를 만들어내는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법률상 모든 수술이 무상으로 이뤄져야 하지만 정부가 의료 재정 지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국민들이 수술비보다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하치스 교수는 "일례로 무릎수술을 받기 위해서는 1500유로 정도를 내야 한다"며 "만약 이 돈을 내지 않을 경우 10명과 병실을 함께 사용하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과도한 규제 정책도 도마에 올렸다. 하치스 교수는 "세계 1,2위를 다투던 그리스 선박회사들이 정부의 높은 세금 때문에 국적을 옮기거나 다른 업종으로 전환했다"며 "그리스는 기업에 적대적인 국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리스에서 아파트 한 채를 매매하기 위해서는 과도한 세금,변호사 연금 비용,등록비 등을 별도로 납부해야 한다"며 "그리스는 기업에 적대적일 뿐만 아니라 거래 전반에 대해서도 적대적"이라고 꼬집었다.

하치스 교수는 무분별한 복지 경쟁이 한국은 물론 세계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경고했다. 그는 "현재 한국을 포함한 유럽,북미 국가 정치인들이 내세우는 공약들이 과거 그리스 복지정책과 유사한 점이 많다"며 "비록 지금 한국 정부의 부채 수준이 안전하지만 향후 어떻게 변할지는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지금은 모든 국가가 하나로 연결돼 있는 세계화 시대"라며 "제2의 그리스 사태가 발생해 전 세계가 위기를 겪는 일이 없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욱 기자 ins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