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난리 걱정에…" 도곡ㆍ대치 언덕 위 아파트 문의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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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레이더
도곡렉슬·대치아이파크 등 강남 폭우 피해 적어 '눈길'
"지하철 한 정거장 거리지만 폭우 때 상황은 딴판이었죠.대치역 인근은 물난리를 겪었지만 지대가 높은 도곡렉슬 대치아이파크 등은 거의 영향이 없었습니다. "
서울 도곡동 한 아파트 인근에서 10일 만난 S공인 H사장은 "고지대 매물을 묻는 문의가 부쩍 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 강남지역 폭우 피해로 '고지대 프리미엄'을 갖고 있는 아파트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늘고 있다.
지하철 한티역 4,5번 출구 쪽 선릉로를 사이로 마주보고 있는 도곡렉슬 대치아이파크 센트레빌은 강남의 대표적 고지대 아파트 단지다. 대치동의 전통적 '빅3'인 우성 · 선경 · 미도와 은마가 평지에 자리잡은 것과 대조된다.
도곡렉슬 주민 L씨(37)는 "재건축 이전 도곡주공 시절부터 살아왔는데 폭우가 내리면 양재천이나 대치역 쪽으로 빗물이 내려가 물난리를 겪은 기억은 없다"고 말했다. 도곡렉슬과 대치아이파크는 옛 도곡주공을 재건축,각각 2006년과 2007년 입주한 곳이다. 대치아이파크 인근 황금탑공인의 금은정 사장은 "강남 폭우사태 후 렉슬과 아이파크에 급매물이 있나 문의하는 고객들이 늘었다"며 "상대적으로 싸게 나오는 물건이 없어 거래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대치아이파크 전용면적 85㎡ 매매가는 12억8000만원대다.
서영일 월드컵공인 부장은 "비 피해가 없다는 장점은 물론 대치동 학원가까지 걸어서 다닐 수 있고 단대부고 숙명여고 등 학군이 뛰어난 것도 관심이 끊이지 않는 이유"라며 "반포자이나 래미안퍼스티지로 이사 갔던 주민들이 자녀 교육을 위해 U턴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대치역 쪽 은마아파트 등은 폭우 피해에도 집값 변동이 거의 없었다. 인근 C공인 관계자는 "최근 급매 몇 건이 거래되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매매가는 유지되고 있다"며 "전셋값은 물량 부족으로 계속 뛰고 있다"고 전했다.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5월 5억~5억5000만원이던 우성1차 102㎡ 전셋값은 최근 7억원까지 올랐다. 대치동 A공인 관계자는 "전세 물건은 나오는 즉시 계약된다"며 "청실 재건축과 우성2차 리모델링 등으로 전세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 물량 부족으로 우성 선경 미도 은마 도곡렉슬 대치아이파크 등의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최근 60%대까지 치솟았다. 김규정 부동산114 본부장은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강남 지역 전세 부족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