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자 철회ㆍIPO 위축…기업금융 급속 냉각

원풍물산 증자 미달…남선알미늄 대량 실권
IPO 준비업체 "공모가 낮아지면 상장 유보"
주가 급락으로 기업들의 자금조달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현대EP는 유상증자 계획을 철회했다. 원풍물산 등은 유상증자를 실시했으나 미달사태를 빚었다. 최근 상장한 새내기주들의 주가가 급락해 하반기 기업공개(IPO) 일정에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유상증자 철회,공모 미달현대EP는 지난 9일 시설투자,운영자금 확보 목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던 536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철회했다. 이 업체는 다음달 14~15일 주주배정 후 실권주에 대한 일반공모에 나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현대EP 측은 "미국 국가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주식시장 악화로 계획된 시설자금 및 운영자금의 유치,증자업무 진행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며 "자금 조달 실패에 따라 주가에 악영향을 끼칠 소지를 방지하고 주식가치 제고와 주주 보호를 위해 유상증자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예상치 못한 증시 침체로 증자가 원활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불성실 공시로 벌칙을 받더라도 이 같은 결단을 내렸다.

이에 앞서 원풍물산은 26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증시가 급조정을 받고 있던 시점인 9~10일 이틀간 일반공모에 나섰으나 0.88 대 1의 경쟁률로 미달됐다. 이로 인해 한화증권은 실권주 2억6851만원어치를 떠안게 됐다. 한화증권 관계자는 "신주발행가액을 주당 1100원으로 확정한 5일까지만 해도 1200~1300원이던 주가가 하락하면서 청약 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주가(전일 종가 1160원)가 발행가격보다 높은 상황이라 그나마 선방했다는 설명이다.

남선알미늄도 지난 3~4일 구주주 청약을 실시했으나 갑작스런 주가 급락으로 주주들의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43.06%(731만주)의 실권주가 발생했다. 다행히 계열사인 하이플러스카드에 제3자배정으로 실권주를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말과 다음달 공모에 나설 전북은행,대우전자부품도 향후 발행가액이나 일정 조정 등을 장담할 수 없다. 아직 기간이 남아 있어 시장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주관사 측의 입장이다. 전북은행의 이날 종가는 5000원으로 예정 발행가액(5000원)과 같은 수준이다. 대우전자부품은 신주 발행가액을 936원에서 804원으로 낮춰 자금 조달 규모가 11억원 감소했다.

◆IPO시장도 냉각 조짐

상반기 열기가 뜨거웠던 IPO시장도 크게 위축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8월 중순 이후 기업들의 반기보고서가 마무리되면 휴식기를 갖고 있는 IPO 일정도 재시동을 걸게 된다. 테크윙은 오는 29~30일 일반청약 일정을 잡고 있고,피앤이솔루션은 다음달 15~16일 청약에 나설 예정이다.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이 장기화되면 일정을 미룰 수 있다는 게 담당자의 설명이다. 하반기 상장을 앞두고 있는 GS리테일,CJ헬로비전,넥솔론,LG실트론 등 주요 기업들도 아직은 시장 상황만 지켜보고 있다. 장외시장에서는 테크윙,피앤이솔루션,로보스타 등 상장 예정 기업들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급랭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인식 프리스닥 대표는 "시장 상황에 맞춰 공모가가 낮아지면 자금 조달 규모에 차질이 생긴 기업들은 상장을 유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포스코건설이 공모일정까지 잡아놓고 상장을 철회하고,SK C&C도 상장을 보류한 뒤 다음해에 진행했다.

한 증권사 IPO담당 임원은 "2008년 금융위기로 9개월간 IB시장이 죽어있었다"며 "증시 조정이 장기화될 경우 IPO시장은 급격히 얼어붙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안상미/노경목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