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오스' 증시, 마켓리더에게 길을 묻다①]강방천 "공포에 사고, 희망에 팔아라"

혼돈의 주식시장, 마켓리더에게 길을 묻습니다. <한경닷컴>은 한국증시의 대표적 마켓리더를 인터뷰해 지금의 위기를 진단하고, 향후 해법과 대응책을 모색하는 기사로 독자를 찾아갑니다.

첫 회는 외환위기 때 1억원의 밑천을 150억원으로 불리며 위기에 강한 면모를 보여준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을 만났습니다.<편집자 주>
"지금은 가장 공포스러울 때 사고, 좋은 얘기가 나오기 시작하면 파는 전략을 구사해야 합니다"

◆ "당분간 박스권 장세 보일 것"

강방천 회장(사진)은 1997년 외환위기 시절, 공포가 시장을 지배하는 중에서도 직접 투자에 나서 '100배 신화'를 일궈낸 인물이다. 가치투자의 대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기도 하다.강 회장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지금의 공통점은 공포가 공포를 지배하고 있는 점과 미래를 너무 낙관했다는 점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공포의 양상이 서로 다르고, 이미 주가 하락에 반영된 만큼 더이상 공포에 매몰되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가 구조적인 금융시스템의 문제에서 왔다면, 지금의 공포는 신용위험의 위기에서 비롯됐다"며 "그러나 자산가격 산정의 기초가 되는 신용위험은 늘상 시장에 존재하는 것이고, 가격 하락을 통해 시장에 반영되면 더 이상 위험이 아니다" 라고 말했다.

또 공포로 냉정함을 되찾기 힘든 상황이지만 한국 기업들의 가치에 천착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과거에는 대미 수출에 절대적으로 의존했지만 이제는 다변화됐고, 체질개선으로 생산성과 경쟁력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이번 신용위기로 미국 경제가 타격을 입더라도 한국 기업의 이익이 훼손되는 정도는 크지 않을 것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다만 국내 증시가 우상향으로 돌아서려면 넘어야 할 허들이 있다는 판단이다. 그는 최근 국내 증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도 유럽도 아닌 '중국'이라고 못을 박았다. 중국 인플레이션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국내증시가 크게 떨어지지도, 크게 오르지도 않는 박스권 사이를 오르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당분간은 코스피 지수가 1700에서 2000선 사이의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할 겁니다. 박스권 상향 돌파의 시점은 중국의 인플레이션 우려가 완화될 때 찾아올 거고요."7월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6.5%를 기록하며 3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 우려가 강화된 상황이다.

강 회장은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탄력은 다음달부터는 감소할 것이지만 인플레이션이 본격적으로 완화되는 시기에 대해서는 아직 예단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유럽의 신용위기 등이 오히려 중국의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작용을 할 수도 있다고 기대했다.

그는 "박스권에서 오르내리는 동안에는 가장 공포스러울 때 사고, 좋은 얘기가 나오기 시작하면 파는 전략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코스피지수가 본격적으로 우상향세로 돌아서기 위한 또 하나의 전제 조건으로는 새로운 투자주체의 등장을 꼽았다.

"투자주체가 떠오르면서 새로운 상품이 자금을 끌어모으고 이를 통해 증시를 밀어올리는 주도주가 등장해야 합니다. 2007년도에는 미래에셋을 필두로 펀드라는 상품이 증시를 끌어올렸고, 최근에는 자문사들이 랩 어카운트를 통해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중심의 강세장을 만들어냈지요."

새롭게 부각될 투자주체로는 헤지펀드가 유력하다고 내다봤다.

그는 "헤지펀드가 시장의 중심으로 떠오른다면 롱숏전략에 유리한 일등기업들과 우선주들이 관심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중국 내수관련주 관심 가질 필요

앞으로 투자할 만한 종목으로는 중국 내수소비 관련주, 모바일 비즈니스주, 그린산업주들을 지목했다.

강 회장은 "세계 경제의 화두는 미국이 아닌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다"며 "앞으로 중국 소비의 성장과 함께 하는 기업들이 높은 성과을 이룰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애플을 중심으로 태동하기 시작한 모바일 생태계를 주도할 만한 회사들도 잠재력이 높다고 봤다.

"새로운 인프라가 모바일에 깔리고 있습니다. 모바일 생태계가 완성되면 그 속에서 비즈니스를 엮어가는 게임 등의 컨텐츠 기업들이 주목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마지막으로 전기차배터리 관련주 등 그린산업과 관련된 종목들도 꾸준히 눈여겨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강 회장은 끝으로 주식 투자는 반드시 여유자금을 가지고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특히 지금처럼 변동성이 심한 시장에서는 절대로 잃지 말아야 할 돈, 당장 필요한 돈을 주식에 투자하면 안됩니다. 좋은 기업을 찾아내서 장기적인 성장 과실을 함께 누리는 것이 바람직한 주식투자의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