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주식 투매, 뇌신경 극도로 흥분한 탓…합리성 벗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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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계량경제학회 아시아 학술대회 - '신경경제학' 강연 루빈스타인 美 뉴욕대 교수"사람은 일관되게 비합리적입니다. 주식시장이 폭락하는 것도 투자자들이 비합리적이기 때문입니다. "
뇌 특정부위 공포 극대화…추가손실 겁나 일단 매도
신경경제학·게임이론 접목…기업 마케팅에도 효과적
한국 펀더멘털 고려하면 경제회복 빠르게 진행될 것
게임이론 분야의 세계적인 경제학자 에어리얼 루빈스타인 미국 뉴욕대 ·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교수(60 · 사진)는 12일 "수많은 주식 투자자들이 실망스러운 실적이 나올 때마다 즉각 팔아치우는 것은 합리적인 판단에 따랐다기보다는 뇌신경이 격렬히 흥분한 데 따른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루빈스타인 교수는 고려대 경제학과와 한국계량경제학회가 11~13일 개최하고 한국경제신문이 후원하는 '세계계량경제학회 아시아학술대회(AMES)' 참석차 방한했다. ◆'합리적 인간'에 의문 제기
루빈스타인 교수는 최근 경제학계가 주목하고 있는 '신경경제학(neuroeconomics)'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경제학의 기본 가정 중 하나인 '합리적 인간'에 대한 전제에 의문을 제기하는 학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인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빈번하게,일관적으로 합리성의 틀을 벗어난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지나치게 손실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고 △현상을 유지하는 데 집착하며 △첫인상에 너무 기대어 판단을 그르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루빈스타인 교수는 사람들이 비합리적으로 행동하는 사례를 잘 보여주는 이론으로 1998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프랑스 경제학자 모리스 알레의 '알레 패러독스'를 꼽았다. 이 이론은 사람들이 확실한 것을 불확실한 것보다 선호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더 유리한 결정보다 불리하더라도 확실한 결정'을 택한다고 설명한다. 선택이 가져올 기대효용의 크기에 따라 판단한다는 주류 경제학의 기대효용이론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이론이다. 예컨대 주식을 장기 보유하는 것이 더 나은 상황에서도 '혹시 모를 추가 손실'을 피하기 위해 일단 주식을 파는 손절매를 택하는 것이 사람 심리라는 얘기다. 시장에 쇼크가 왔을 때 과도한 투매(패닉)가 일어나는 이유다.
◆뇌에서 공포 극대화
루빈스타인 교수는 "뇌를 단층촬영한 결과 맛있는 음식이나 성적 욕망을 기대할 때와 마찬가지로 금전적 보상을 기대할 때도 뇌의 특정 부위 활동이 활성화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특히 무모한 도박을 기대할 때 해당 부위에서 뇌 호르몬의 일종인 도파민이 넘쳐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주식시장 참여자들은 예상 외의 투자 결과로 인해 뇌 특정 부위의 신경이 격렬히 흥분함에 따라 두려움과 공포심이 극대화됐다"며 "이로 인해 장기 투자를 해야 고수익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실망스러운 실적이 나오면 즉각 팔아치우는 게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루빈스타인 교수는 "한국의 경우 통화정책 외환보유액 등을 감안하면 주식시장이 과도하게 반응한 것"이라며 "유럽의 유동성 위기와 미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여전하다 하더라도 한국의 펀더멘털을 고려할 땐 이른 시일 내에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기업마케팅에도 활용 가능루빈스타인 교수는 "기업들은 신경경제학을 활용해 소비자들이 어떤 이유로 합리적 행동을 하지 않는지를 파악해 보다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을 세울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감(五感)마케팅으로 알려진 '큐 매니지먼트'가 신경경제학을 접목한 대표적인 마케팅 기법"이라고 소개했다.
또 "신경경제학이 미래 경제학에서 큰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며 게임이론과의 접목 가능성을 제시했다. 루빈스타인 교수는 "신경경제학이 분석한 인간의 행동 패턴에 따라 기업과 개인들이 상대방의 전략을 보다 쉽게 분석해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