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망국적 포퓰리즘 막아야"…곽노현 "식탁에 진보ㆍ보수 있나"

무상급식 TV 토론회

곽 교육감 "市長이 주도한 관제·꼼수 투표"
오 시장 "서명한 51만 시민 모욕하는 것"

'차기 대선 불출마'라는 배수진을 친 오세훈 서울시장과 진보진영을 대변하는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이 12일 첫 TV토론회에서 맞붙었다.

오 시장과 곽 교육감은 이날 오후 SBS 시사토론에 출연,지난해 6 · 2 지방선거 이후 1년여 동안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해온 무상급식의 정당성 및 주민투표의 적법성 등을 놓고 한치의 양보도 없는 날선 공방을 벌였다. 토론장 입구부터 두 사람은 인사조차 나누지 않은 채 서로를 외면,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오 시장은 국제금융 위기와 일본 민주당의 과잉 복지공약 철회 등을 예로 들면서 "전면적 무상급식안은 '망국적 포퓰리즘'에 불과하다"고 곽 교육감을 몰아붙였다. 곽 교육감은 "무상급식을 과잉 이념으로 덧칠하지 마라.차별없는 식탁을 만들자는 데 무슨 진보,보수가 있느냐"며 맞받아쳤다.

곽 교육감 측 패널로 참석한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대선 불출마 선언을 두고 젊은 누리꾼들이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진정성이 있다면 그런 반응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공세를 폈다.

오 시장은 "개인의 대권욕 때문이 아니라 정말 이번 투표가 의미 있다는 사실을 유권자에게 전달할 필요가 있어서 (대선 불출마)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보편적 복지는 소득과 무관하게 같은 액수를 나눠주자는 게 문제다. 무상급식도 반대하는 게 아니다. 어려운 저소득층 먼저 하자는 것"이라며 전면적 무상급식안을 비판했다. 오 시장 측 패널로 참석한 전원책 변호사도 "(전면적 무상급식은) 우리 세금으로 부자 아이까지 돕자는 것"이라며 "복지의 진정한 목표인 소수자 돕기와는 상관이 없다"고 공세를 이어갔다.

양측은 주민투표를 둘러싼 위법성 문제를 놓고도 팽팽히 맞섰다. 곽 교육감은 "37.6%가 무효 서명으로 판명됐는데 이 정도라면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시장이 주도한 관제 · 꼼수 투표는 주민투표와 민주주의에 대한 모독"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관제라고 했는데 조직적으로 했다면 이렇게 많은 무효 (서명부)가 나왔겠느냐"고 반문한 뒤 "(곽 교육감이) 그렇게 얘기하는 것은 51만명의 시민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역공을 폈다.

오 시장은 또 "투표 문안을 문제 삼으며 초점을 자꾸 흐리는데 소득 구분이 있느냐 없느냐,언제부터 할 것인가,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가 등 중요한 내용은 다 들어 있다. 그런데도 불공평하다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꼼수"라고 공세를 폈다. 무상급식에 소요되는 재정 비용도 쟁점이었다. 오 시장은 "(곽 교육감의 주장대로) 고등학교까지 무상급식을 실시하면 약 6000억원의 비용이 소요된다"며 "현재 예산으로는 이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곽 교육감 측 패널인 홍 위원은 이에 대해 "한강 르네상스 등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토목공사 비용으로도 이 비용을 충분히 충당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현일/강경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