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ㆍ로스…투자 귀재들은 주식 매입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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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 "경기악화 징후 없어…남들 두려워할 때가 기회"
모건스탠리·GM, 자사주 매입
전 세계 주식시장이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일부 거물 투자자들과 기업가들이 주식을 대거 사들이고 있다.
주식 투자를 즐기지 않는다던 미국 최대 부동산업체 트럼프그룹의 도널드 트럼프 회장도 주식을 매입하고 나섰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은 "시장이 약세를 보여도 주식을 계속 사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모건스탠리 제너럴모터스(GM) 등 미국 주요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돈을 버는 데 탁월한 재주를 갖고 있는 버핏 등 투자 귀재와 '내 기업 실적은 내가 안다'는 CEO들이 모두 주가가 많이 떨어진 지금을 매수 타이밍이라고 보고 있는 것.
◆"지금은 주식 투자 적기"
트럼프는 12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주식을 사기에 아주 좋은 시기"라고 말했다. 그는 씨티그룹 인텔 등의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이 회사들을 수년간 지켜보기만 했지 주식을 사지는 않았으나 지난 10일 주가가 많이 떨어진 이들 회사의 주식을 사들이기로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시장은 불안감에 휩싸여 있지만,그는 오히려 주식을 사들일 호기라고 판단한 것이다. 또 "적어도 금리가 오를 때까진 주식에 투자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현재 이자율은 제로 수준이므로 은행에 돈을 넣어도 이익이 별로 나지 않기 때문에 주식에 베팅하는 게 낫다는 주장이다. 버핏이 그동안 "남들이 탐욕을 부릴 때 두려워하고,남들이 두려워할 때 탐욕을 부려야 한다"고 강조해온 것과 같은 맥락이다. 버핏은 포천과의 인터뷰에서 "경제가 다시 나빠지고 있다는 징후를 발견하지는 못했다"며 "주식을 매입하기에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버핏은 2008년 금융위기 때도 골드만삭스 우선주에 투자해 8억6000만달러의 순이익을 내기도 했다.
'기업 사냥꾼'으로 불리는 월가 억만장자 윌버 로스도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모이를 쪼아먹듯 주식을 매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스는 "아일랜드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에는 싼 주식들이 넘쳐난다"며 "지금 헐값에 사놓으면 몇 년 안에 큰 수익을 안겨다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 회사는 믿을 만하다"미국 대기업 CEO들은 주가 폭락을 자사주 매입의 기회로 삼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모건스탠리 GM 등은 자사주 매입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2009년 3월 이후 최대 규모다.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 CEO는 210만달러에 10만주를 사들였다. 대형 유통업체 치키타브랜즈의 페르난도 아기레 CEO 역시 120만달러에 13만3000주를 매입했다. 화학업체 헌츠먼의 피터 헌츠먼 CEO는 110만달러에 10만주를,댄 애커슨 GM CEO는 25만달러에 1만주를 샀다. 자사의 주가가 급락했을 때 저렴하게 사들여 경영권 방어에 적극 활용하려는 것이라고 FT는 분석했다.
헌츠먼 CEO는 "주가가 터무니없이 낮아져 이를 이용해 자사주를 사들였다"며 "경영 위기에 우리 회사는 안전하다는 확신을 주기 위해서라도 자사주 매입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