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만원대 벤츠 1500만원에 불법 경매

서울 강남 침수차량 어디갔나 했더니…

고양시청 인근 700여대 대기…수리비 감안하면 낭패 볼 수도
경매업체, 고철값에 매입 후 최대 3배 이상 가격 부풀려
해외수출시 침수이력 안 남아 외국인 매매상들도 '기웃'
"8000만원대의 벤츠 E350(2006년식)은 1500만원이면 낙찰받을 수 있어요. "

지난 13일 오후 1시,경기도 고양시 식사동에 있는 임시 침수차 보관소.지난달 26,27일 중부지역에 내린 폭우로 침수됐던 차량들의 경매가 이뤄진다는 제보를 확인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입구에서 두리번거리자 누군가 어깨를 가볍게 툭 쳤다. 돌아보니 자신을 서울 장안평 중고차 매매업자라고 밝힌 K씨(48)가 기자를 경매 참가자로 알고 이같이 유혹했다. 고양시청에서 차로 10여분 떨어진 축구장 두 개 정도 넓이의 공터에는 아반떼,싼타페 등 국산차를 비롯해 벤츠,BMW,도요타 같은 외제차까지 군데군데 진흙을 뒤집어쓴 자동차 700여대가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경매를 주관하는 경매 업체 관계자는 "지난 6일에는 침수차량 100여대가 거래됐다"며 "집중호우로 1만여대가 물에 잠겼는데 하루에 100여대가 새로 들어온다"고 귀띔했다.

◆경매업체,세 배 남기고 팔아

경매장에 나온 침수차량은 수리비가 너무 많이 들어 보험사들이 소유주에게 보험 처리해주고 경매업체에 고철값으로 넘긴 차량들이다. K씨는 "원칙적으로는 인터넷에서 관련 업체에만 판매하는 것이 맞지만 대당 20만원 정도의 수수료를 주면 (개인도) 낙찰받을 수 있는 적당한 가격을 제시해 주겠다"며 "사고 싶은 차를 골라 차 번호를 알려주면 된다"고 주선에 나섰다. 경매에 나온 자동차를 살펴본 뒤 아반떼(2010년)와 싼타페(2007년)를 고르고 K씨를 찾아갔다. 그는 엔진오일 등에 물이 들어갔는지 점검한 뒤 "아반떼는 600만원,싼타페는 750만~790만원이면 입찰받을 수 있다"며 "내가 A씨(경매 진행 관계자)에게 잘 협상해서 낙찰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현재 영등포중고매매시장 등에서 2007년식 싼타페는 1600만~1800만원,2010년식 아반떼는 1300만원선에 거래된다. 한 시간 뒤 연락이 왔다. 경매를 신청했던 아반떼와 싼타페가 이미 낙찰됐다고 했다.

보험사가 이들 차량을 얼마에 넘겼는지 손해보험협회에 알아봤다. 600만원에 낙찰받을 수 있다던 아반떼는 B손해보험이 200여만원,SM5(2007년식)는 153만원,싼타페(2004년식)는 180만원가량에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경매 업체들은 공터를 제공하고 경매를 주선해주는 브로커 역할로 침수차량을 최대 세 배 가까이 부풀려 팔고 있었다.

◆"침수 흔적 안 남는다"…외국인도 기웃경매현장에서 낯선 외국인들도 심심찮게 만날 수 있었다. 예전에 중고차 매매상이었다고 자신을 밝힌 이라크 출신의 자베드 씨(39)는 "한국에서 판매하면 침수 차량의 이력이 남지만 수출하면 이를 증명할 방법이 없어 비싼 값에 팔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작년에 나온 아반떼를 600만원에 구입해 수리비(200만원)를 내고 중고차 가격에 팔면 큰돈을 벌 수 있다"며 "신형 아반떼와 싼타페는 외국에서도 인기"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보험사에서 넘겨받은 침수차만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곳은 수도권에서 경기 광주와 고양 등 두 곳.C,R 등 인터넷 사이트에서도 침수차의 유통이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침수차가 한꺼번에 많아져서 모아둔 것"이라며 침수차량의 불법 경매 사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자체의 허가 없이 임시 장소에서 하는 경매는 불법이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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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살펴보니…
"구박하는 부모가
못난 자식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