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푹 잤는데도 꾸벅꾸벅…혹시 기면증?
입력
수정
졸음으로 사고 피해 커열대야가 이어지면서 수면 부족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수면에 가장 적당한 온도는 섭씨 18~20도로 야간 기온이 25도를 넘는 열대야는 불면증을 유발하고 수면 부족을 초래한다. 하지만 야간에 충분한 수면을 취했는데도 낮 시간 참기 힘든 졸음이 수일 지속된다면 수면 부족이 아닌 '기면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낮에 심하게 졸리고,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갑작스럽게 잠에 빠져드는 게 특징이다.
규칙적 수면습관이 중요
증상 심하면 치료제 써야
◆충분히 자도 낮에 계속 졸립다면밤에 잠을 많이 자도 낮 시간에 갑자기 저항할 수 없는 졸음이 쏟아지는 것이 대표적인 증세다. 구체적으로는 △과도한 낮 졸음 △탈력 발작 △수면마비 △입면 환각 △야간 수면의 방해 등 5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이 가운데 과도한 낮 졸음과 탈력 발작이 가장 대표적이다. 일반적으로 쉽게 피로를 느끼는 상황뿐만 아니라 편지를 쓰거나 운전을 하는 등 대부분의 사람들이 잠들기 힘든 상황에서도 잠에 빠져든다.
탈력 발작은 근육의 힘이 짧은 시간 갑자기 빠지는 현상이다. 잠깐 무릎에 힘이 빠지는 정도로 약하게 올 수 있고 연체동물처럼 몸이 풀어져 맥없이 주저앉거나 넘어지기도 한다. 이 밖에 가위눌림(수면마비)이 잦거나,잠들기 전후 꿈과 같은 환각이 생길 때(입면 환각),야간에 잠을 잘 이루지 못할 때(야간 수면 방해)는 기면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기면증은 병명 자체가 생소해 드문 질환으로 보이지만 실제 그 환자 수는 많다. 미국의 역학 연구에 따르면 인구 100만명 중 500명의 기면증 환자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에도 2만5000명의 환자가 있고,매년 600명 정도 새 환자가 생기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환자들은 심한 졸음을 병으로 생각하지 않아 제대로 된 진단과 치료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기면증은 졸음 그 자체보다 졸음으로 인한 사고 등 사회적 피해가 더 크다. 실제 지난해 한국도로공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3년간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 중 31%가 졸음운전에 의한 것이다. ◆약물 치료로 증상 완화 가능
기면증은 밤잠을 검사하는 수면다원검사와 낮잠을 검사하는 반복적 수면잠복기 검사를 통해 진단이 가능하다. 수면다원검사는 개인의 잠과 여러 신체신호를 측정해 수면장애의 종류를 진단하고 원인을 찾는 가장 정확한 검사 방법이다. 검사는 수면 중 뇌파,안구운동,근전도,심전도,코골이,호흡량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진단을 내린다. 정상인의 경우엔 얕은 수면에서 깊은 수면 단계로 바뀐 후 꿈을 꾸는 렘(REM) 수면이 나올 때까지 보통 80~90분 정도 걸리지만 기면증 환자는 15분 이내에 렘 수면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기면증 치료법으로는 규칙적인 수면 습관을 통해 증상을 완화하는 행동치료와 주변 사람 등 환자의 환경을 조절하는 환경조절요법 등이 활용되고 있다. 약물요법으로는 각성제와 기면증 치료제가 쓰인다.
기면증 치료제로는 국내에선 JW중외제약의 '프로비질'이 유일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승인을 받은 기면증 치료제로 수면과 관련된 두뇌의 시상하부에만 선택적으로 작용,12~13시간 이상 효과를 발휘한다. 야간의 정상적인 수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아 환자가 충분한 야간 수면을 취할 수 있고 이로 인해 피로와 관련된 신체적 증상도 개선하는 것이 특징이다.
홍승봉 성균관대 의대 교수는 "기면증은 약물 치료를 통해 증상 완화가 가능한 질병으로 이를 간과하고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사고나 삶의 질 저하와 같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전문적 진단을 권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