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1등 부품社 키울 '로드맵' 가동…이건희 회장이 성과 직접 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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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까지 '글로벌 강소기업' 50곳 육성
협력사와 함께 추진과제 마련, TF 구성해 본격 실행 돌입…연도별 목표 수립·평가 병행
中企 요구 파악해 맞춤 지원…지속가능한 성장 발판 마련
'글로벌 강소기업' 육성 프로그램은 삼성전자의 동반성장 전략을 집대성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선정 작업에서 협력업체와 중 · 장기 로드맵을 함께 짰고,미래 성장동력 발굴도 보조를 맞춰나가기로 한 데서 이런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주먹구구식 상생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동반성장을 이뤄내겠다는 게 삼성 측의 얘기다. 삼성전자의 강소기업 육성 프로그램은 그룹 내 다른 계열사와 현대자동차 LG SK 등 다른 그룹사의 상생 정책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등 부품 없이 1등 세트 없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강소기업' 제도를 도입한 건 '1등 부품 없이는 1등 세트도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993년 '신경영'을 선언하며 "삼성전자 업(業)의 개념은 양산 조립업으로 협력업체를 키우지 않으면 모체가 살아남기 어렵다"고 역설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이 회장은 올초 신년 하례식에서도 "20년 전부터 중소기업과 상생이 중요하다고 얘기를 해왔다. 중소기업을 돕는 것이 대기업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협력 중소기업 도움 없이 대기업이 혼자 살아남을 수 없고 중소기업이 잘돼야 대기업도 잘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작년 8월 협력사 동반성장을 견인할 '7대 실천방안' 수립에 나섰었다. 사업부별로 사내 추천을 통해 기술 품질 경영 인프라 등이 우수하고 혁신 의지가 강한 협력사를 추천받았다. 이어 서류 및 현장 심사를 거쳐 1차 강소기업 29곳을 확정했다. 당초 서류 심사를 통과한 기업은 30개였으나 현장 심사에서 한 곳이 탈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이들로부터 받은 추진과제 가운데 642개를 추려 종합추진계획 로드맵을 조만간 완성해 명단과 함께 발표할 예정이다. 악재 늪 투성이의 외부 여건도 삼성이 강소기업 육성 전략을 내놓게 된 배경이다. 소니 등 글로벌 강자들을 하나둘씩 물리치면서 승승장구해온 삼성전자이지만,반도체 · LCD 경기가 침체되고 있는 가운데 격렬한 스마트폰 전쟁을 벌이면서 위기의식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논란 등에 나타나고 있는 반(反)삼성 기류를 벗어나기 위한 포석으로도 해석된다.
◆전폭적인 맞춤형 지원
강소기업으로 육성될 후보기업들은 당장 이달부터 삼성전자 임직원 및 외부전문가와 태스크포스(TF)를 구성,과제 실행에 돌입한다. 기업별로 연도별 목표를 정하고 분기, 반기, 연간 등 시기별로 달성 정도를 삼성전자 상생협력센터로부터 평가받는다. 대상기업과 삼성전자 해당 사업부가 같이 평가를 받고 그 결과는 사업부장을 통해 이 회장에게 직접 보고될 것으로 알려졌다.
종전 협력업체와의 상생은 문제해결 방식이었다. 삼성전자와 협력사가 협조할 일이 생길 경우 머리를 맞대고 현안을 해결하는 식으로 상생이 이뤄져왔다. 그러나 강소 후보로 선정된 기업에 대해선 현안 해결은 물론 로드맵을 토대로 필요한 기술,자금,경영 인프라 등 필요한 자원을 사전에 파악해 적기에 제공한다는 게 차이점이다.
이에 따라 후보기업은 내실을 다지면서도 외적 성장을 도모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삼성과 한배를 탔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협력업체가 당장 필요한 걸 도와주는 건 기본이며 앞으로 꾸준히 무엇을 먹고살지를 중 · 장기적으로 같이 고민하고 풀어나가려는 게 기존 상생과 다른 점"이라며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