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의 Hi! CEO] 합종연횡 가시화, 생태계 경쟁 '스타트'

21세기 들어 업종을 넘나드는 경쟁이 격화된 데는 빼놓을 수 없는 이유가 있다. 바로 '저성장'이다. 성장의 크기가 줄어들고 속도가 더뎌지자 '내 업종'에서만 싸워서는 절대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전 세계에 퍼졌다.

생존 차원에서 벌어지던 작은 싸움이 전면전으로 확대된 데는 애플의 행보가 결정적이었다. 컴퓨터 업계의 혁신기업이었던 애플은 '아이팟'으로 음반 업계를 평정하고,'아이폰'으로 휴대폰 업종을 재편했다. 그런데 애플의 전략적 움직임 가운데 특이한 것은 일부 휴대기기 제조업체들을 제외하고는 애플을 적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신문을 비롯한 콘텐츠 산업의 경우는 애플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주는 혁신적인 동료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까지 보인다. 애플이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 새로운 '업종'이 아니라 새로운 '생태계(ecosystem)'이기 때문이다.

위기극복을 위해 노키아가 최고경영자로 영입한 마이크로소프트 출신의 스티븐 엘롭이 올초 전 직원에게 보낸 메모의 핵심도 바로 생태계 경쟁력이었다. "기기 싸움은 이제 생태계 싸움으로 바뀌었습니다. 에코시스템에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만 포함되는 게 아닙니다. 경쟁사들이 기기로 우리 시장을 잠식하는 게 아닙니다. 그들은 전체 생태계 경쟁력으로 우리 몫을 빼앗아가고 있습니다. "

구글이 모토로라 휴대폰 부문을 인수키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강조한 '공생 발전'도 실천 강령들을 더 자세히 살펴야겠지만 생태계 경쟁력이라는 세계적인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다. 누가 중심이 되든 업종을 망라하는 생태계를 만들고 그 자체의 경쟁력으로 글로벌한 혁신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공멸한다는 위기감을 모두들 갖고 있는 것이다. 생태계를 만들라.그것이 어려우면 더 큰 생태계에 들어가라.

권영설 한경아카데미 원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