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포 재건축 '부분임대' 변수로 늦어지나

비중 늘리면 심의 통과 쉽지만 주민 반발 거세져
전세난 우려로 시기 조정 땐 1년 넘게 지연될 수도
서울 개포지구 재건축 사업속도를 결정짓는 변수로 부분임대가 부상하고 있다. 부분임대 도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다 서울시 권고 규모보다 적게 계획한 단지가 많아 향후 심의 때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다. 부분임대는 중대형 아파트의 방 한 칸을 임대용으로 쓸 수 있도록 출입문을 별도로 내는 주택 유형이다.

◆부분임대 단지마다 제각각16일 강남구청에 따르면 개포주공2~4단지,개포시영에 이어 개포주공1단지가 오는 19일 재건축안에 대한 주민공람을 시작해 개포지구 주요단지의 재건축 계획이 모두 공개됐다.

조합이나 추진위원회가 공개한 재건축안은 주민 선호도 조사를 위해 공개했던 기존 재건축안과 건축가구 수, 평형 등에선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중대형 평형에 부분임대를 도입한 점이 새롭다.

서울시는 지구단위계획을 확정하면서 전용 60~85㎡ 미만과 85㎡ 이상의 20%를 부분임대로 짓도록 권고했다. 그러나 개포시영을 제외한 다른 단지들은 이보다 적게 부분임대를 계획했다. 개포주공 1 · 3 · 4단지는 전용 85㎡ 이상 아파트에 대해서만 10%의 부분임대를 넣는 계획안을 내놨다. 개포주공2단지는 전용 85㎡ 이상의 17.3%를 부분임대형으로 짓는 안을 공개했다. 개포시영은 서울시 권고를 수용, 전용 60~85㎡ 미만과 85㎡ 이상의 20%를 부분임대로 계획했다.

◆부분임대 많으면 반발도 거세

개포지구 재건축 단지들은 조기에 착공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서울시가 전세난을 우려해 재건축 시기를 조정할 가능성이 높아 다른 단지에 밀리면 자칫 1년 가까이 이주가 지연될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가 1년 이내에 재건축 시기를 조정할 수 있는 '도시 ·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이 연내 국회를 통과할 예정"이라며 "주변 전셋값 급등을 막기 위해 이주 시기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일부 추진위는 이런 상황을 감안, 서울시 부분임대 권고안을 그대로 수용하거나 다른 곳보다 많게 계획했다.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빨리 통과하자는 의도라고 다른 추진위들은 설명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개포지구에서 오래 거주한 고령의 주민 상당수는 부분임대를 원하는데도 반대론자 목소리가 커 들리지 않을 뿐"이라고 말했다.

일부 단지는 마지못해 부분임대를 넣었다. 한 조합장은 "임대가 많으면 명품 주거단지가 되기 힘들다는 주민 여론이 강하다"며 "다른 단지 수준을 도입하지 않으면 주민공람을 허용하기 어렵다는 강남구청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인근 중개업소들은 부분임대로 개포지구 재건축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을 제기했다. 개포동 A공인 관계자는 "부분임대가 많은 단지에선 주민 뜻에 반해 계획을 세운 추진위원장을 교체하자는 목소리까지 나온다"며 "조합 내분 등에 따른 사업지연도 배제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B공인 관계자는 "권고안보다 적은 계획을 서울시가 수용할지 알 수 없다"며 "계획대로 통과되더라도 부분임대가 많은 단지에선 반발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