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대처' 이번엔 어떻게 대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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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운명 거머쥔 메르켈에 쏠린 눈…독일 내에서도 유로본드 도입 찬반 분분'독일의 대처'로 불리는 앙겔라 메르켈(57) 독일 총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그는 유럽을 재정위기의 전염병으로 부터 구원할 수 있는 최종 수비수로 떠올랐다. 독일이 돈을 더 푸는 것만이 유럽의 재정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꼽히고 있어서다. 그러나 독일 내에선 '독일의 그리스화'를 우려하는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노동조합총연합의 집회장에 찾아가서 연단에 올라 "당신들을 반대한다"고 선언하고 반발하는 노동자들을 굴복시킨 당찬 성격을 갖고 있는 메르켈총리도 확실한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16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대통령과 만나 유럽 재정위기 해결방안을 논의하는 메르켈총리가 독일과 유럽을 구하기 위해 어떤 승부수를 던질 것인지 주목된다.
◆뜨거운 감자 '유로본드'유로본드란 유로화를 사용하는 나라들의 공동 채권이다. 재정위기가 심해져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진 나라들은 유로본드 발행시 낮은 이자에 돈을 빌릴 수 있다. 하지만 돈을 갚지 못할 경우 유로존의 다른 나라가 그 부담을 져야 한다. 부자 나라인 독일이 '독박'을 쓸 가능성이 크다. 심할 경우 독일이 그리스 처럼 될 수도 있다는 '독일의 그리스화'가 우려되기도 한다. 독일 내부에서 그리스등 재정위기국을 돕기 위해 유로본드를 발행하는 것에 회의적인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그러나 메르켈총리는 개인적으로 유로본드의 발행에 대해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파이낸셜 타임스 독일판과 로이터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독일 기민당 실무팀이 유로채권 문제를 구체적으로 검토해 초안을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메르켈총리가 나름의 해법을 고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이런 가운데 안톤 뵈르너 독일수출협회장은 15일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유럽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한 그간의 모든 노력이 효과를 내지 못했다"며 "이제는 단일 유로채권 발행을 검토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시장이 이탈리아 프랑스에 이어 독일도 공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메르켈,이번에도 승부수 띄우나올해 독일 지방 선거에서 집권 여당인 기독교민주당(CDU)은 야당인 녹색당 등에 참패했다. 그리스 재정위기에 대한 지원을 국민들이 심판했고 메르켈 총리의 정치적 입지 역시 줄어들었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독일이 위기해결에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프랑스 등 유로본드 발행에 반대했던 나라들도 입장을 선회하고 있다. 이에 따라 메르켈 총리가 유로본드 발행에 동의할 것이란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그동안 정치적 역경이 있을 때마다 과감한 승부수를 띄워 위기를 정면 돌파해왔다. 헬무트 콜 전 총리와의 결별이 대표적 예다. 메르켈 총리는 36세였던 1991년 헬무트 콜 당시 총리에 의해 여성청소년부 장관에 발탁되며 유명해졌다. 콜 전 총리는 1994년에도 메르켈 총리를 환경장관에 임명하는 등 전폭적 지지를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메르켈 총리는 콜 전 총리가 1998년 총선에서 패한 뒤 불법 비자금에 연루됐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콜이 묵인한 사건들이 기민당에 막대한 피해를 준다"며 정치적 관계 단절을 선언했다. '콜의 양녀'라 불리던 메르켈에게 배신자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하지만 그는 이 사건 덕분에 깨끗한 이미지가 부각됐고 2005년 독일 최초 여성 총리에 올랐다. 이번 유럽 재정위기 해결에 독일이 주도적 역할을 한다면 2013년 대선에서 메르켈 총리의 3선도 가능하다는게 독일 언론들의 평가다.
이태훈/박해영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