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자제한이 서민 죽이고 있다는 이야기

전국에서 영업중인 대부업체 수가 2002년 대부업법 제정 이후 처음으로 1만개 밑으로 떨어졌다. 정부가 대부업 이자율 상한을 지속적으로 낮추자 규제를 피하기 위해 다수 업체가 등록증을 반납했기 때문이다. 반면 대부업체 이용자 수는 2007년 100만명을 밑돌던 것이 지난해에는 200만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대부업 수요는 급증한 반면 공급은 줄었다. 그 결과는 우리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저신용자들이 돈 빌리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정부는 서민을 돕는다는 이유로 대부업체 금리상한을 66%→49%→44%로 낮춰왔고 지난 6월 다시 39%로 내렸다. 고금리에 대한 사회적 비난을 의식해서다. 하지만 이런 정책이 결과적으로 대부업을 다시 음성화시키고 저신용자들을 고금리 불법 사채로 내모는 결과를 낳고 있다. 한 때 18%를 넘던 등록 대부업체 대출 승인율이 최근 12%대로 떨어진 것이 단적인 예다. 대부업체들은 조달금리가 연 38% 정도인데 대출이자를 39%까지만 받으라는 것은 사실상 등록 대부업을 하지 말라는 얘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여야 정치권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대부업 최고 이자율을 이자제한법과 같이 아예 30%로 제한하는 관련법 개정안을 이달중 국회에서 처리할 방침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상당수 대부업체가 또 문을 닫아걸고 불법 사채업자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고금리로 서민들이 겪는 고통을 줄여주자는 주장은 일견 그럴 듯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비현실적으로 낮은 금리는 어떤 형태로든 부작용을 가져오게 마련이다. 마이크로크레딧의 효시로 불리는 그라민은행 설립자 무함마드 유누스 씨가 최근 한국을 찾은 자리에서 "연 4.5%인 미소금융 금리는 비현실적으로 낮다"며 "금리를 현실화해야 지속 가능하다"고 조언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일본에서도 정치권의 요구로 대부업체 이자율 상한이 종전 29.2%에서 지난해 20%로 낮아졌다. 그 결과 대부업체 대출은 2007년 대비 무려 43%나 줄었다고 한다. 다 아는 일을 한국의 정치가들은 애써 모른 척하면서 친서민 구호는 입에 달고 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