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상 위 생사다툼 짜릿…대학 갈 생각 없어요"

후지쓰배 세계바둑대회 우승한 박정환 9단
"바둑이 주는 가장 큰 가르침은 끊임없는 창조의 정신이죠."

제24회 후지쓰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에서 생애 첫 국제대회 우승을 거머쥔 박정환 9단(18 · 사진)은 17일 이렇게 말했다. 새로운 수를 창조하고자 하는 끊임없는 노력이 바둑기사에게 필수 덕목이라는 설명이다. 박 9단은 "바둑은 치밀한 계산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수학과 비슷하다"며 "어느날 불현듯 영감이 떠오르는 일은 드물고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창조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박 9단은 바둑 연구를 하는 데 밥 먹고 자는 시간 빼고 하루의 대부분을 쏟는다. '바둑이 인생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2관왕으로 유명한 박 9단은 이번에 후지쓰배 우승까지 차지해 '조남철→조훈현→이창호→이세돌'로 이어지는 한국 바둑 계보의 대를 이을 유망주로 급부상했다. 일본이 1988년 창설한 세계 최초의 프로바둑대회인 후지쓰배는 지금까지 한국인 우승자가 16명이고 이 중 10명이 세계대회 첫 우승이었다. 한국 선수들이 세계 바둑 무대에 이름을 알리는 데 거쳐야 할 '등용문'이라고 불릴 만하다. 박 9단의 우승으로 한국은 현재 국제기전 8개중 4개를 석권,중국(3개)에 밀렸던 1위자리를 되찾기도 했다.

특히 박 9단에게 이번 대회는 광저우대회 이후의 슬럼프를 떨쳐냈음을 알리는 자리였다. 그는 불과 두 달 전인 6월 '2011 KB국민은행 한국바둑리그'에서 올해 데뷔한 이지현 초단에게 패하는 쓴맛을 봤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이 대회에서 박 9단의 현재 성적은 6전4패다. 그러나 지난달 12일 GS칼텍스배 준결승전에서 이영구 8단을 꺾고 결승에 진출하며 상승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상승세는 후지쓰배 우승으로 이어졌다. 세계 정상에 올랐지만 박 9단은 10대 후반 사춘기 소년다운 면모도 갖고 있다. 그는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는 게 취미"라며 "특히 걸그룹 '미스에이'의 멤버 '수지'를 좋아한다"고 수줍은 듯 말했다. 13세에 입단해 바둑에 정진하느라 중 · 고등학교 수업에 거의 참여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서는 "또래 친구들을 사귈 기회가 적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러나 박 9단은 "바둑을 택한 것에 후회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바둑이 주는 즐거움이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얻는 즐거움보다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죽고 사는 수를 생각하는 승부의 세계라는 점에서 바둑에 큰 매력을 느낀다"며 "대학에도 가지 않고 바둑에 정진하겠다"고 말했다. 박 9단은 올해 충암고를 졸업했다.

일본에서 귀국하자마자 그는 숨돌릴 틈도 없이 하루 만에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12월 8일부터 16일까지 중국 베이징 국제회의센터에서 열리는 '2011 스포츠어코드 세계마인드게임즈 대회'의 바둑부문 단체전 선발전에 나가17일 첫 경기에서 승리했다. 23일에는 '제16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본선 경기를 위해 베이징으로 출국한다. 박 9단은 이 대회들에서도 우승을 차지해 세계대회 연속 제패를 달성하겠다는 욕심을 내비쳤다. 그는 "현재 세계 최고 실력자는 이세돌 9단"이라며 "이 9단을 넘어서는 게 꿈"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약관이 채 안 된 바둑기사의 세계 최고를 향한 등반은 이제 막 시작됐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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