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매각 또 무산…사모펀드 부정적 여론에 금융쇼크 '결정타'

차기 정부로 넘어갈 듯
작년 말에 이어 우리금융 매각작업이 또다시 무산된 것은 이미 예견됐던 결과라는 지적이다.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 개정에 정치권이 반대하면서 우리금융을 인수할 여력이 있는 KB금융 하나금융 등의 참여가 원천봉쇄됐기 때문이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지난 6월 말 우리금융 인수의향서(LOI) 접수를 받았을 때는 MBK파트너스 티스톤파트너스 보고펀드 등 사모펀드 3곳만 응했다. 다만 민영화 실패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도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수차례 "유효경쟁은 가능하다"고 자신했던 대목은 뒷말을 남기게 됐다. ◆국내 금융사 사모펀드 외면

티스톤과 보고펀드가 우리금융 인수를 포기한 것은 국내 대형 투자자를 끌어들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티스톤은 당초 컨소시엄 내 국내자본 비중을 70%선으로 가져가려고 했지만 결국 40%선에 그쳤다.

민유성 티스톤 회장은 "펀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있는 상황에서 국내자본 비중이 50%가 안돼 입찰에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보고펀드는 한국투자금융지주 등 국내 전략적 투자자 모집에 공을 들였으나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국내 투자자들이 사모펀드와의 제휴에 부정적이었던 것은 "정부가 우리금융을 펀드에 내줄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가장 컸던 탓이란 게 금융계의 설명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우리금융을 국민주 모집 방식으로 매각하자"고 제안한 뒤에는 국민연금 등 국내 연기금도 발을 뺐다.

미국발 금융쇼크는 펀드들이 국내 자금을 모집하는 데 결정타를 날렸다. 컨소시엄 참여를 검토하던 금융사들은 자금경색에 대비해야 한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 우리금융 주가가 떨어지면서 '헐값매각' 시비까지 우려하게 됐다. 한국투자금융지주가 보고펀드에,대구은행이 티스톤에 컨소시엄 참여의사를 철회하겠다고 통보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금융계 관계자는 "현행법상 금융지주와 산업자본은 우리금융을 소유할 수 없는 등 대주주 자격이 까다롭다"며 "국내 대형 투자자들은 논란거리만 제공하다 결국 무산될 가능성이 있는 사모펀드 컨소시엄에 대해 불신을 갖고 있었다"고 전했다. ◆민영화 또 표류…"차기정부 몫"

금융위원회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우리금융 매각절차를 재고하기로 했다. '유효경쟁 미비'를 이유로 중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가계약법에 따라 재입찰 공고 등의 절차를 거쳐 MBK와 수의계약을 맺을 수도 있지만 쉽지 않은 얘기"라고 말했다.

공자위는 이날 오후 3시부터 회의를 열어 우리금융 입찰 심사기준을 의결했고 5시 입찰 마감 후에도 논의를 계속했지만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공자위 측은 "19일 회의를 열어 입찰 중단 여부 등을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 매각작업이 이번 정부에선 물건너 간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민간 공자위 위원 6명은 이달 말 모두 교체된다. 또 내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앞두고 있어 우리금융 민영화와 같은 초대형 딜을 추진하기 어려운 구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새 정부 초기인 2013년께 재매각에 들어갈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은 민영화 절차가 무기한 연기되는 것은 아닌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조재길/류시훈/좌동욱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