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땅콩' 김미현 "아직 은퇴 안 했어요…2승 더해 10승 채워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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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자신감 떨어져 고민…점점 길어지는 코스도 부담단신(155㎝) 때문에 '슈퍼 땅콩'으로 불리는 김미현(34).동갑내기 박세리와 함께 미국 LPGA투어 진출 1세대인 그는 19일 개막하는 세이프웨이클래식에 출전한다.
100억 들여 인천에 골프스쿨…은퇴 후 '미현 키즈' 키울 것
거주지인 미국 올랜도를 떠나 오리건주 노스플레인의 고스트크리크GC(파72)에 도착한 그의 목소리는 밝았다. 지난 3월 용인대 교수로 임용된 남편 이원희 씨(31)가 방학을 이용해 동행했기 때문이다. 부부 금실은 어떤지 물었더니 "멀리 떨어졌다가 만날 때는 좋지만 조금 지나면 티격태격하지요"라며 웃었다. 그는 "요즘 성적이 잘 안 나오는 데다 자신감도 떨어져 고민"이라고 했다. 2009년 11월 아들(예성)을 출산한 뒤 지난해 투어에 복귀했으나 절반가량은 커트탈락했으니 그럴만도 했다.
"지난해 힘이 떨어져 그린 라인이 잘 읽히지 않았어요. 겨울에 태국에서 체력 훈련을 했지만 아직도 힘에 부쳐요. "
그는 올해 10개 대회에 출전해 나비스코챔피언십에서 공동 33위를 기록한 게 최고 성적이다. 연간 30만달러 정도는 벌어야 미국 생활이 가능한데 지금은 까먹고 있는 실정이다. 골프 여건도 많이 달라져 그를 힘들게 한다. "코스가 너무 길어지고 있어요. 과거 6300~6400야드이던 코스 전장이 6700야드로 늘어났잖아요. 저에게는 전략적인 코스가 잘맞아요. 도그레그홀도 있고 페어웨이가 좁고 나무도 많아야 유리하죠.하지만 최근에는 페어웨이가 넓어져 그냥 질러쳐야 하는 홀들이 즐비하니까 허허벌판에서 골프를 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
이런 코스는 청야니 같은 장타자에게 적합하다는 것.그는 "자신감을 가지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아버지는 기본 위주로 생각하자는 말씀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두 달 전 올랜도로 날아간 부친 김정길 씨(64)는 "집중력이 예전같지 않다"며 "일단 기본기를 재점검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레슨프로가 따로 없는 김미현에게 부친이 코치이자 매니저,심리상담가다. 투어 중 운전사에 요리사 역할까지 했던 부친은 여자프로골프의 대표적인 '골프 대디'.한때 싱글 핸디캡에 베스트 스코어 69타를 친 아마 고수였다. 김미현의 각오는 다부지다. "현재 투어에서 8승을 했는데 반드시 10승을 채울 거예요. 하반기 대회를 마치자마자 동계훈련을 제대로 해 내년엔 다시 한 번 우승에 도전할 겁니다. "
그는 미국 진출 때부터 12년째 한 회사와 후원계약을 맺어오고 있다. "올해 말 계약이 만료되는데 최근 성적을 내지 못해 후원사 볼 면목이 없지요. 앞으로 3년 정도 최선을 다해 뛸 계획인데 마지막까지 KT에서 선수생활을 하고 싶어요. "
2009년 인천시 고잔동에 '김미현 골프월드'를 연 그는 여기에 100억원을 투자했다. 그동안 번 돈을 다 쏟아부은 것이다. 미국투어 생활을 접고 나면 한국에서 후배 양성에 전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세리 키즈' 못지않은 '미현 키즈'를 키워내고 싶기 때문이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