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 맞수 효성-코오롱 '에어백 전쟁'

효성, 세계 1위 에어백 직물업체 인수…코오롱, 2015년 매출 5000억원 목표

효성그룹이 세계 최대 에어백 직물 업체를 인수했다.

효성은 독일 현지 법인이 글로벌세이프티텍스타일스(GST)의 지분 100%를 매입하는 계약을 지주사와 맺었다고 18일 발표했다. 미국 인비스타,일본 도레이 등과 에어백용 원사 시장을 두고 경쟁해온 효성이 원단과 쿠션 제품으로 영역을 확대,수직계열화 체계를 갖췄다는 평가다. 에어백은 스판덱스,타이어코드와 함께 효성의 새 먹을거리로 꼽히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인수 작업을 위해 올 2분기 독일에 GST글로벌을 세웠다"며 "계약상 인수 금액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세계시장 점유율 13%,1위 업체

세계 에어백 직물 시장은 지난해 기준 2조2000억원 규모로 해마다 8~10%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자동차 판매가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가파르게 증가하는 데다 에어백 장착률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GST는 1836년 실크리본 제조업체로 출발,세계 에어백 직물 시장의 13%를 차지하고 있다. 유럽 원단 시장 점유율은 33%,고부가가치 제품인 OPW(One-piece Woven)는 유럽과 북미시장에서 각각 36%,39%를 확보하고 있다. 독일을 비롯해 미국 중국 폴란드 루마니아 체코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에 11개 사업장을 두고 있으며,인력은 2500명 규모다. 세계 3대 에어백 모듈 업체인 스웨덴 오토리브,미국 TRW,일본 다카타에 제품을 공급하며 2007년엔 매출이 4억달러를 웃돌았으나 금융위기를 거치며 재무구조가 나빠져,2009년부터 채권단 관리 아래 구조조정을 해왔다.

효성 관계자는 "세계 모듈 시장의 70~80%를 차지하는 3대 업체와 모두 거래 관계를 맺고 있을 만큼 기술력이 뛰어나다"며 "규모는 축소됐지만 구조조정을 통해 내실을 다진 점을 높게 평가했다"고 말했다. 유럽 재정위기도 협상에 유리하게 작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코오롱과 세계 시장 놓고 경쟁섬유 맞수로 꼽히는 효성과 코오롱 간 '에어백 싸움'도 주목받고 있다. 1960년대 동양나이론(현 효성)과 한국나이롱(현 코오롱인더스트리) 시절부터 이어져온 라이벌 구도가 타이어코드에 이어 에어백 시장까지 이어지게 됐다는 관측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해 에어백 부문에서 2500억원 규모의 매출을 거두며 세계시장에서 3위권 업체로 평가받고 있다. 유럽 다국적 업체와 2019년까지 8년간 1000만달러 규모의 에어백용 직물을 공급하는 계약도 맺었다. 중국 난징 공장의 생산 규모를 내년 1월 현재의 두 배로 늘리며 2015년까지 매출을 5000억원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워 세계 1위 기업을 인수한 효성과 세계시장에서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조현상 산업자재PG장 겸 전략본부 전무는 이날 계약식 후 "기존 시트벨트 등 다른 사업과의 시너지를 창출해 '휴먼 세이프티 및 컴포트(Human Safety & Comfort)' 분야의 리딩 업체가 되기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 큰 전략적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