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 재건축, 중소형 쏠림에 설계변경 잇따라

시영, 전용 59㎡ 427가구에 787명 신청…대형 무더기 미달
6단지, 중대형 절반 줄이기로

서울의 대표적 저층 재건축 단지 밀집지역인 고덕지구에서 전용 102㎡(40평형대) 이상 중대형 아파트가 조합원들로부터 외면받는 사례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조합들은 중소형 평형을 늘리기 위해 재건축 사업일정 지연을 감수하면서 평형 변경을 본격 추진 중이다. 나비에셋의 곽창석 사장은 "강남권 저층 재건축 단지에서 중소형 쏠림 현상이 나타난 것은 고덕지구가 처음"이라며 "평형 변경 움직임이 고덕지구 내 다른 단지들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치솟는 중소형 아파트 인기1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고덕시영 재건축 조합이 조합원 평형 신청을 마감한 결과 전용 59㎡형(24평형)이 가장 인기를 끌었다.

59㎡형 신축 가구 수는 427가구이지만 787명이 신청,조합원 360명이 원하는 평형을 받지 못하게 됐다. 반면 전용 102㎡ 이상 중대형은 1076가구 공급에 162명만 신청해 무더기로 미달됐다.

지난달 말 조합원 평형 신청을 마감한 고덕주공 4단지에서도 중소형 평형 선호 현상이 뚜렷했다. 전용 84㎡형의 경우 228가구 공급에 350여명이 신청해 120여명의 조합원들이 원치 않는 평형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러나 전용 85㎡를 초과하는 중대형은 226가구 공급에 신청자는 33명에 그쳤다. ◆평형 변경 본격화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선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전용 85㎡를 초과하는 평형이 인기였다. 고덕동 일대 대부분 조합들은 법적 상한인 40% 가깝게 중대형 평형을 넣는 재건축 계획을 짰다. 그러나 1~2인 가구 증가,부동산 침체 등으로 실제 평형 배정 시점에선 선호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문제는 수급 불균형으로 상당수 조합원들이 원하는 평형에 가지 못하게 됐다는 점이다. 소형 지분을 가진 조합원이 순위에 밀려 대형 평형에 배정되면서 수억원의 분담금을 추가로 내야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일부 조합들은 재건축 일정 지연을 무릅쓰고 평형 변경에 나서고 있다. 고덕시영은 642가구인 59㎡형을 1068가구로 늘리는 대신 1076가구인 중대형 아파트를 590가구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고덕주공 6단지도 중소형 평형을 늘리기 위한 정비계획 변경을 진행 중이다. 이 아파트는 중대형 평형을 중소형으로 줄여 가구 수를 기존 1520가구에서 1661가구로 늘리기로 했다. 전용 85㎡ 이하를 337가구 더 짓고 85㎡ 초과 중대형은 종전 528가구에서 230가구로 절반 이상 줄인다.

S건설 관계자는 "고덕주공 1단지가 중대형 미분양으로 2년 가까이 고전하고 있다"며 "조합과 시공사는 장기 미분양에 따른 사업성 악화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 평형 변경이 잇따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평형 변경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고덕주공 6단지의 한 조합원은 "중소형 평형 위주로 구성되면 절대 부자동네로 자리매김할 수 없다"며 "조합원들이 멀리 내다보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주장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