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판이 커진다…주류업계 M&A 대전

'거품 문' 밀러, 포스터맥주 적대적 인수 선언
디아지오·아사히·기린, 신흥시장 겨냥 '몸집 키우기'
밀러 맥주로 유명한 영국 사브밀러가 17일 호주 최대 맥주회사인 포스터그룹을 적대적으로 인수하겠다고 선언했다. 일본 아사히홀딩스는 18일 KGB 맥주를 만드는 뉴질랜드 인디펜던트리쿼 경영권을 12억8000만달러에 매수한다고 발표했다. 6월에는 영국 디아지오가 중국 수정방(水井坊 · 수이징팡)을 사들이는 등 올해 글로벌 주류업계에서 굵직한 인수 · 합병(M&A)이 잇따르고 있다. 주요 타깃은 신흥국 주류업체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자 메이저 주류업체들이 신흥시장에서 승부를 보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적대적 M&A도 불사18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사브밀러는 포스터그룹 주주들에게 주식을 주당 4.9호주달러(5524원)에 매수하겠다고 제안했다. 총 인수가는 95억호주달러(10조7133억원)로 추정된다. 이에 맞서 포스터그룹은 주주들에게 이 제안을 거절하라고 요구한 상태다. 사브밀러가 포스터그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를 사들이려는 이유는 포스터 맥주가 호주 시장에서 갖는 위상 때문이다. 포스터그룹은 호주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맥주 브랜드 10개 중 7개를 갖고 있으며 시장 점유율은 절반이 넘는다.

사브밀러는 이날 중국 내 합작법인인 CR스노를 통해 중국 마오타이맥주에 4200만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일본 아사히는 이날 뉴질랜드 인디펜던트리쿼를 인수했다. 인디펜던트리쿼는 과일 맥주인 KGB 제조사다. 아사히의 라이벌인 기린도 해외 업체 인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올초 쉐화(雪花) 맥주를 생산하는 중국 화룬그룹과 합작사를 설립했고,이달 초에는 브라질 2위 맥주업체 스킨카리올그룹 지분 50%를 사들였다. 세계 최대 주류회사 디아지오도 신흥시장 주류업체 인수에 적극 나서고 있다. 디아지오는 올초 베트남과 터키 주류업체를 인수한 데 이어 6월에는 중국 정부로부터 수정방 제조사인 취안싱그룹 지분 53% 인수를 승인 받았다. 지금은 멕시코 테킬라 제조사인 호세쿠엘보 인수를 추진 중이다.

◆타깃은 신흥시장

글로벌 주류업계에 M&A 열풍이 부는 이유는 선진국 주류시장의 침체와 신흥시장의 부상 때문이다. 디아지오의 지난해 북미지역 영업이익 증가율(전년 대비)은 0%였고,유럽에서는 -1%였다. 반면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영입이익은 6%,남미 중동 아프리카에서는 25%나 늘었다. 일부 주류가 미국 유럽보다 신흥시장에서 더 많이 팔리는 현상까지 나타나면서 주류업체들의 해외 진출을 자극하고 있다. 중국이 대표적이다. 2003년부터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맥주 소비국이 된 중국은 내년에 맥주 소비량이 지난해 대비 12% 증가한 5050만t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의 와인 수입량도 2008년 5400만ℓ에서 지난해 2억8000만ℓ로 5배 이상 증가했다.

폴 월시 디아지오 최고경영자(CEO)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4년 이내에 회사 매출의 절반 이상이 신흥시장에서 나올 것"이라며 "신흥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현지 주류업체를 인수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세계 주류 시장이 몇몇 선두 업체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것도 주류업체들의 몸집 불리기 욕망을 자극하고 있다. NYT는 안호이저부시인베브(버드와이저),사브밀러,하이네켄,칼스버그 등 '빅4'의 전 세계 맥주 시장 점유율이 1990년대 후반 20%였으나 현재는 50%라고 설명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