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채권형펀드 7일 연속 자금 '썰물'

月지급식으로 인기끌었지만 8·8쇼크로 마이너스 수익…블랙록·PCA 등 원금손실 우려
월지급식을 통해 인기몰이에 나섰던 해외 채권형펀드에서 자금이 급속도로 빠져나가고 있다. 국내 채권형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했지만 최근 글로벌 금융 불안으로 손실이 발생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18일 증권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해외 채권형펀드 설정액은 지난 17일 3조7955억원으로 8일(4조718억원)보다 2763억원 감소했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 여파로 글로벌 증시가 급락한 '8 · 8 쇼크' 이후 하루도 예외 없이 설정액이 줄어들고 있다. 올 상반기 해외 채권형펀드 자금 유입을 주도한 'AB(얼라이언스번스틴)글로벌고수익' C형과 A형은 최근 1주일간 각각 984억원,702억원이 순유출됐다. '프랭클린템플턴글로벌(E)''AB월지급글로벌고수익''프랭클린템플턴글로벌증권(A)''프랭클린템플턴하이일드C' 등에서도 100억원 이상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글로벌 금융 불안으로 이머징마켓과 하이일드채권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수익률이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일부는 채권형펀드에서 상대적으로 크게 빠진 주식형펀드로 갈아타는 자금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외 채권형펀드는 연초 이후 평균 2.58%의 양호한 수익을 내고 있지만 최근 1주일간 0.43%,1개월 1.41%의 손실을 입었다. 미국 하이일드채권스프레드가 확대되면서 '블랙록월지급미국달러하이일드(H)(A)'와 'PCA월지급미국하이일드A-1C'는 최근 1주일간 4% 이상의 손실을 냈다. 이에 따라 이들 월 지급식 펀드는 월 분배금을 받더라도 원금 손실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해외 채권형펀드들이 보유한 채권의 표면금리가 높아 이자수익면에서는 좋지만 채권가격이 떨어질 경우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은퇴자금을 월지급식에 넣을 때는 수익률뿐 아니라 원금 손실 여부를 잘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경림 얼라이언스번스틴자산운용 전무는 "해외 채권형펀드 중에서도 안정성을 따진다면 선진국이나 신흥국,하이일드 등 다양한 채권에 골고루 분산된 펀드를 고르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해외 채권형펀드 손실이 장기간 확대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 팀장은 "8~9월 유럽 채권 만기가 집중되면서 이에 대한 우려감이 시장에 반영된 것"이라며 "글로벌 금융 불안이 장기간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전무는 "월지급식 해외 채권형펀드들이 월 분배금을 지급할 때 채권을 팔아 현금화하는 것이 아니라 매월 들어오는 이자를 기초로 지급한다"며 "채권은 그대로 보유하는 것이어서 채권 가격이 회복되면 손실을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