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민영화 해법은…"블록세일ㆍ희망 수량 경쟁입찰 방식 바람직"

계열사 쪼개 팔면 공적자금 회수율 높아…경영권 프리미엄 집착 말고 조기 매각해야
우리금융지주 예비입찰에 MBK파트너스 한 곳만 제안서를 제출하면서 매각이 무산될 공산이 매우 커졌다. 유효 경쟁 요건을 갖추지 못해서다. 일각에서는 내년엔 선거가 예정돼 있어 우리금융 민영화는 차기 정부에서나 기대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필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에만 매달려 민영화 자체가 지연돼선 안 된다"며 "블록세일 등의 방식으로 조기 민영화를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제시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우리금융 민영화 해법의 장 · 단점을 살펴본다. (1) 공개 재입찰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입찰에 부치는 방식이다. 경영권을 매각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기대할 수 있다.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도 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경우처럼 사모펀드 외에는 인수 후보자가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재입찰 때는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을 개정해 KB금융 신한금융 등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대근 한양대 경제금융대학장은 "민영화를 위한 제약 조건을 먼저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시간이 많이 걸리고 우리금융 노조가 강력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변수다.

(2) 국민주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제안하면서 논란이 벌어진 방식이다. 서민층에 저가에 나눠 팔아 정부 지분을 털어내자는 복안이다.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고 우리금융은 '국민들이 주주인 대표 금융사'란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반대하는 목소리가 훨씬 더 많다. 할인 매각에 따라 매각대금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우리금융이 여전히 정부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것도 단점이다. 류상영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국민주 방식으로 매각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3) 블록세일

시간 외 대량매매를 통해 기관투자가들에게 지분을 쪼개 파는 방식이다. 정부는 이 방식으로 4차례에 걸쳐 우리금융 지분을 축소했다. 블록세일을 통한 공적자금 회수액만 3조6347억원에 달한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없다는 게 단점이다. 때문에 주가가 낮을 때는 이 방법을 취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증권시장이 호전돼 주가가 크게 오른다면 고려해볼 만한 옵션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다. 외국 정부도 정부 보유 은행 지분을 팔 때 이 방법을 많이 택했다.

(4) 희망 수량 경쟁입찰

우리금융의 매각 대상 지분은 전체의 57%(4억5919만주)다. 액면가만 따져도 5조5000억원 규모다. 외국 자본이나 산업자본에 대한 진입 규제 탓에 일괄 매각은 애당초 쉽지 않았다는 평가다. 펀드들이 국내 자본 유치에 실패한 것도 한꺼번에 수천억~수조원을 지불할 '국내 금융사'를 찾지 못해서다. 공개입찰 후 높은 가격을 써낸 순서대로 물량을 배정하는 희망 수량 경쟁입찰은 이런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주인 찾아주기'가 아니라는 게 단점이지만 외국 대다수 은행도 주인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진단이 많다. (5) 분리 매각

우리금융의 11개 계열사를 쪼개 팔면 공적자금을 가장 많이 회수할 수 있다는 논리다. 우리금융은 현재 우리은행 경남은행 우리투자증권 우리아비바생명 등 '알짜' 기업들을 많이 갖고 있다. BS금융과 DGB금융은 수년 전부터 경남은행을 '인수 대상 1순위'로 꼽아왔다. 우리투자증권 역시 대우증권과의 합병설이 나돌 만큼 분리 매각 가능성이 제기됐다. 개별 기업마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어 매각 때 유리하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