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뭉치는 야권, 집안싸움하는 한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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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오는 24일 실시키로 한 '무상급식 찬반 주민투표'에 대한 지원을 놓고 한나라당이 시끄럽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이 '나쁜 투표,착한 거부'라는 명쾌한(?) 구호 아래 단합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주민투표일을 6일 남겨놓은 18일에도 그랬다. 유승민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무상급식 문제에 대해 당론을 정하는 의원총회 한번 열지 않고 서울시장이 혼자 결정한 대로 이끌려 왔다"며 "왜 오세훈 시장이 당과 상의 한 번 한 적 없는 주민투표를 놓고 당이 깊은 수렁에 빠지느냐"고 이의를 제기했다. 이어 "중앙당이 지금이라도 (오 시장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대표가 "이제 됐다"고 제지하는 상황까지 갔다. 소장파인 구상찬 의원도 이날 서울시 당협위원장 간담회에서 "이번 주민투표에 총선 공천을 건다는 말이 나오는데,소신에 따라 열심히 뛰고 있는 의원들을 공천을 따내기 위해 뛰는 것으로 폄하하는 것"이라며 불만을 나타냈다.
원내 지도부도 따로 논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주민투표가 발의된 이후인 지난 7일 기자간담회를 자청,'무상보육'을 들고 나왔다. 당장 내년 만 0세부터 국가가 급식을 포함한 보육비를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전부 책임져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황 원내대표는 "보육을 교육의 범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지만,일반시민이 보기엔 야당의 무상급식 주장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것으로 비쳐지기에 충분했다.
무상급식 문제를 놓고 벌어진 '집안싸움'에는 지도부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많다. 오 시장이 주민투표를 하겠다고 한 게 지난 1월인데,7월 말까지 당론조차 정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다. 최근에야 최고위원회의에서 "법이 허용하는 한에서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게 고작이다. 그나마도 의원들의 총의를 모으는 의원총회라는 절차도 생략됐다. 그러니 의원들 사이에 이런 저런 딴소리가 나오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주민투표에 참여한다고 하는 시민들이 '도대체 한나라당의 입장이 뭐냐'고 질문할 때 아주 곤혹스럽다. 어떤 게 옳고 그른지를 떠나 최소한 같은 편끼리 싸우지는 말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한 당직자의 말이 모래알 같은 한나라당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 같다.
김재후 정치부 기자 hu@hankyung.com
주민투표일을 6일 남겨놓은 18일에도 그랬다. 유승민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무상급식 문제에 대해 당론을 정하는 의원총회 한번 열지 않고 서울시장이 혼자 결정한 대로 이끌려 왔다"며 "왜 오세훈 시장이 당과 상의 한 번 한 적 없는 주민투표를 놓고 당이 깊은 수렁에 빠지느냐"고 이의를 제기했다. 이어 "중앙당이 지금이라도 (오 시장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대표가 "이제 됐다"고 제지하는 상황까지 갔다. 소장파인 구상찬 의원도 이날 서울시 당협위원장 간담회에서 "이번 주민투표에 총선 공천을 건다는 말이 나오는데,소신에 따라 열심히 뛰고 있는 의원들을 공천을 따내기 위해 뛰는 것으로 폄하하는 것"이라며 불만을 나타냈다.
원내 지도부도 따로 논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주민투표가 발의된 이후인 지난 7일 기자간담회를 자청,'무상보육'을 들고 나왔다. 당장 내년 만 0세부터 국가가 급식을 포함한 보육비를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전부 책임져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황 원내대표는 "보육을 교육의 범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지만,일반시민이 보기엔 야당의 무상급식 주장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것으로 비쳐지기에 충분했다.
무상급식 문제를 놓고 벌어진 '집안싸움'에는 지도부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많다. 오 시장이 주민투표를 하겠다고 한 게 지난 1월인데,7월 말까지 당론조차 정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다. 최근에야 최고위원회의에서 "법이 허용하는 한에서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게 고작이다. 그나마도 의원들의 총의를 모으는 의원총회라는 절차도 생략됐다. 그러니 의원들 사이에 이런 저런 딴소리가 나오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주민투표에 참여한다고 하는 시민들이 '도대체 한나라당의 입장이 뭐냐'고 질문할 때 아주 곤혹스럽다. 어떤 게 옳고 그른지를 떠나 최소한 같은 편끼리 싸우지는 말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한 당직자의 말이 모래알 같은 한나라당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 같다.
김재후 정치부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