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공신' 루빈의 제안 거절…안드로이드 몰라본 삼성ㆍ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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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를 계기로 삼성과 LG전자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진작 확보할 수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 수석부사장으로 안드로이드 OS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앤디 루빈(사진)과 두 회사의 인연 때문이다.

루빈 부사장은 2003년 PC와 똑같은 기능을 갖춘 휴대폰용 OS가 각광받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보고 벤처기업 안드로이드사를 세웠다. 뚜렷한 수익을 내지 못했던 그는 백방으로 투자자를 찾다 2004년 자비를 들여 삼성전자를 방문했다. 당시 정보통신총괄 사장이었던 이기태 연세대 미래융합기술원장은 루빈을 만난 자리에서 "당신 회사에서는 8명이 일하는군요"라며 "저희는 그렇게 대단치 않은 일을 하는데 2000명을 투입하고 있습니다"고 면박을 줬다고 알려져 있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 구글을 가장 잘 해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플렉스에서(In the plex)》라는 책에서 드러난 사실이다. 루빈은 앞서 2000년 리서치인모션(RIM)의 스마트폰 블랙베리와 유사하게 메시지와 이메일을 주고받을 수 있는 휴대폰을 만들기 위해 데인저라는 업체를 세워 제품 개발에 참여한 개발자였다. 데인저는 이후 사이드킥이라는 제품을 내놨으며 2008년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인수됐다.

이런 사실이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를 계기로 국내에서 회자되면서 급기야 이 교수가 해명에 나섰다. 그는 "루빈이 당시 제안한 것은 사이드킥에 적용된 일부 기술뿐"이라며 "당시 삼성전자도 '미츠(MiTs)'라는 스마트폰의 원형을 개발했었다"고 반박했다.

IT업계는 이 교수의 해명에 대해 그다지 믿지 않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츠는 미국에서 2000년대 초 나온 PDA폰과 유사한 제품"이라며 "대대적인 마케팅을 진행했으나 제품 경쟁력이 뒤떨어져 사장됐다"고 말했다. LG전자도 루빈발(發)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루빈 부사장과 구글이 2007년 초 첫 안드로이드폰 '드림'을 개발하면서 첫 단말기 제조업체로 LG전자를 점찍고 의향을 타진했다고 보도했다. 몇 달 뒤 LG전자는 결국 이 프로젝트에서 발을 빼게 됐다.

결국 루빈은 당시 위탁생산업체(EMS) 수준에 머물러 있던 대만 HTC와 협력하는 방법을 택하게 됐다. HTC는 삼성전자와 함께 안드로이드 진영의 쌍두마차 위치를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 올 2분기 현재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HTC의 점유율은 11%로 LG전자(5.6%)의 두 배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