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 보호하는 기능성 의류 개발…3전4기 끝 프로야구단에 공급"

BIZ Success Story
김낙훈의 기업인 탐구 - 윤진혁 위스포츠 대표

美 유학시절 티셔츠 판매…귀국후 3명으로 창업
'땀' 배출 우수한 원단으로 제작…스포츠用 언더웨어로 적합
최근 매년 50~100%씩 성장…창업 7년…올 매출 목표 100억
서울 하계동 해바라기공원 옆에 위스포츠(대표 윤진혁)가 있다. '스켈리도(SCELIDO)'라는 브랜드로 기능성 스포츠의류 분야를 개척하고 있는 업체다. 2004년에 창업해 불과 7년밖에 안 된 기업이지만 올해 매출 목표가 100억원에 이른다. 중소기업은 대개 창업 후 30억원과 50억원이라는 2개의 매출 문턱을 넘기가 어렵다. 심지어 2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기업 중에서도 매출이 50억원에서 턱걸이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 이 회사는 최근 몇 년간매년 50~100%씩 성장하고 있다. 비결이 뭘까.


2004년.모 프로야구단이 연습하고 있는 곳에 한 젊은이가 나타났다. 허름한 가방을 든 그 젊은이는 선수들이 입을 만한 옷을 가져왔다며 정중하게 담당자 면담을 요청했다. 하지만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 며칠 뒤 그는 또다시 구장에 나타났다. 딱 한번만 설명할 기회를 달라는 것이었다. 몇 달 동안 이 젊은이는 끈질기게 이 구단을 찾아다녔다. 그의 가방 속에는 내의가 담겨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티셔츠처럼 생긴 평범한 옷이었다. 하지만 이 젊은이는 야구선수들이 일반 티셔츠를 입고 운동하면 안 된다며 반드시 이 옷을 입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단 관계자는 더 이상 저 친구가 연습장 근처에 얼씬거리지 못하게 하라고 엄명을 내렸다. 하지만 그는 굴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구단 대신 직접 선수들에게 접근해 우리 티셔츠를 한번 입어보라고 권했다. 몇몇 선수들이 입고 운동하더니 선 · 후배들에게 적극 추천했다. 이 옷은 일반 티셔츠와는 달랐다. 땀을 신속하게 배출했다. 열심히 운동해도 뽀송뽀송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선수들이 구단에 이 옷을 좀 사 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6개월 만에 구단 내의로 채택됐다. 이 끈질긴 젊은이가 바로 스켈리도(SCELIDO) 브랜드로 기능성 스포츠의류를 제조하는 위스포츠의 윤진혁 대표(44)다.

윤 대표는 섬유업체 경영자다. 하지만 그가 만드는 것은 일반 의류가 아니다. 기능성 스포츠의류다. 현재 생산하는 제품은 사이클,러닝,야구,축구,아이스하키,골프의류 등 다양하다. 일반 스포츠의류와 다른 점은 '기능성'이라는 점이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땀 배출'이다. 운동을 많이 하면 땀이 나게 마련이다. 땀 때문에 옷과 살이 달라붙으면 운동능력이 떨어지고 체온이 상승한다. 하지만 이 회사의 의류는 땀을 신속하게 배출하는 원단으로 만든다. 그래서 '스켈리도는 땀이다'라는 슬로건을 쓰고 있다. 윤 대표는 "제품에 따라 자외선 차단,양방향 공기 순환,보온 보냉 기능,4방(4WAY) 스판 기능 등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요즘은 기능성이라는 말이 일상화했지만 창업 당시만 해도 이 단어를 쓰면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다"고 덧붙였다.

윤 대표가 이 분야에 뛰어든 것은 미국 생활 덕분이다. 서울 출생으로 상지대 체육학과를 나온 그는 스포츠경영을 공부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목적지는 뉴욕이었다. 친구와 함께 떠난 그는 잠시 애틀랜타에 내렸다. 친구 친척집을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이로 인해 인생항로가 바뀌었다. 이 지역 한인들은 윤 대표가 태권도 3단에 체육학과 출신이라는 얘기를 듣고 "이곳 교민과 미국인들에게 잠시 태권도를 지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를 계기로 눌러앉은 윤 대표는 뉴욕 대신 애틀랜타에서 공부하면서 태권도를 지도했다. 그러면서 학비와 용돈을 벌기 위해 친구들과 티셔츠를 만들어 팔았다. 한인 의류업체에서 만든 티셔츠에 갖가지 문양이나 슬로건을 프린트해 팔았는데 이게 인기를 끌었다. 탑차를 한 대 구해 점차 판매 반경을 넓혀 갔다. 뉴욕 시카고 덴버 샌프란스시코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 전역을 두 번이나 돌았다. 구경도 실컷 했다. 그는 자신의 진로가 스포츠의류에 있음을 직감했다. 귀국 후 국민대 대학원에서 스포츠경영을 공부한 뒤 무역회사를 거쳐 위스포츠를 창업했다. 창업 초기 종업원은 3명이었다. 그는 미국에 있는 동안 기능성 스포츠의류 시장이 커지는 것을 보고 한국에도 조만간 이 시장이 열릴 것으로 확신했다.

윤 대표는 "미국의 경우 기능성 스포츠의류는 품목에 따라 성장기나 성숙기에 접어들었다"고 밝혔다. 몇몇 프로선수들은 근육 운동에 도움을 주는 뛰어난 기능성 의류를 입고 세계대회에 출전했다가 이 의류 착용을 금지당하기도 했다. 공정한 경쟁을 해친다는 이유에서였다.

윤 대표는 "기능성 의류 중 일부는 근육의 종류와 방향에 따라 신축성이 다른 소재를 과학적으로 재단해 만든다"며 "이는 근육의 축소와 이완을 도와줘 결과적으로 경기력 향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적은 인원으로 제조와 판매를 겸하는 것은 어려웠다. 1개 제조공장에 출자해 기능성 의류를 제대로 만들 수 있도록 직접 지도하고 몇몇 공장은 위탁생산 체제를 갖췄다. 윤 대표는 "기능성 의류는 우선 봉제 자체가 일반 의류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박음질 자국이 최소화돼야 운동경기 중 살갗에 닿는 부분의 마찰을 줄일 수 있다. 경기 중 재봉선이 터져도 안 된다. 신축성이 높아야 마음대로 팔과 다리 허리를 움직일 수 있다. 이런 여러 가지 기능이 함축돼야 한다. "기능성 의류는 단순한 옷이 아니라 과학"이라고 윤 대표는 설명했다.

이런 이유에서 미국의 기능성 스포츠의류 업체들은 '스포츠 웨어(wear · 의류)'라는 말 대신 '스포츠 기어(gear · 장비)'라는 말을 쓴다. 스포츠에 꼭 필요한 장비라는 의미다. 토종 브랜드 스켈리도는 창업 이후 대략 4년 동안 국내 상당수 프로야구단에 언더웨어를 공급했다. 히말라야 원정대에 방한 속옷을 제공하기도 했다. '스켈리도'라는 이름은 갑옷 모양의 피부를 가진 쥐라기 공룡인 스켈리도 사우루스(Scelidosaurus)에서 따왔다. '갑옷'처럼 신체를 보호하는 제품을 만든다는 의미다. 내수는 이마트 내 스포츠몰인 스포츠빅텐과 20개 온라인쇼핑몰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윤 대표는 "작년 매출이 60억원이었고 올해 목표는 100억원"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제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우선 중국이다. 작년 초 서울시 우수기업 브랜드인 하이서울 브랜드에 선정된 스켈리도는 최근 창춘과 광저우 두 곳의 중국 전시회에 참가했다.

윤 대표는 "전시회 기간 중 대리점권을 달라는 중국 기업들이 많았는데 우선 시장을 자세히 파악한 뒤 구체적인 진출 전략을 짤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구매력이 높아지면서 기능성 의류에 대한 관심이 점차 커지고 있다. 그는 "중국은 잠재력있는 시장이지만 섣불리 들어갔다간 실패할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 전략을 짜고 있다"며 "분명한 것은 중국에 먼저 진출하겠지만 궁극적인 시장은 미국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워낙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이 많고 고급품에 대한 수요층도 넓기 때문이다. 스켈리도가 본사 옆의 공원 이름인 해바라기처럼 해외에서도 활짝 웃을지 관심을 모은다.

김낙훈의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