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개미무덤' 되나…개인 돈 2조 이상 허공으로

미국발 경기 둔화와 글로벌 경쟁력 약화 우려에 국내 정보기술(IT)주들이 급락하는 가운데 하이닉스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이 우려되고 있다.

19일 오전 10시57분 현재 하이닉스는 전날보다 1100원(6.40%) 급락한 1만61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장중에는 1만5850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신저가를 다시 썼다.전날 12% 이상 폭락한 데 이어 연일 가파른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하이닉스 주가는 이달 들어 34%나 굴러떨어졌다.

지난 18일 낸드 플래시 고정거래가격이 역대 최저를 기록하는 등 반도체 가격 급락에 따른 타격을 입은 것이다.

하이닉스의 경우 특히 비중이 큰 개인투자자들의 막대한 손실이 우려되고 있다.개인들은 전날 하이닉스가 폭락하는 중에도 1748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개인의 순매수 규모로는 2006년 2월15일(2254억원) 이후 약 4년 반만에 최대 규모다.

최근 하이닉스의 매수 주체 대부분은 개인이다. 코스콤에 따르면 전날 개인들의 하이닉스 매수 규모는 5487억원으로 전체 매수대금의 85.39%를 차지한다. 주가가 4%대 하락했던 지난 17일에도 매수대금 중 개인 비중은 83.96%에 달했다.

이는 지난 한달 간 월간 평균 개인 비중(68.70%)을 훨씬 넘어서는 것이어서 최근 주가가 급락하는 와중에 개인들이 더욱 비중을 확대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지난달 말 14조3600억원에서 현재 9조5000억원대로 급감했다.

하이닉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으로 전체 주주 중에 50.66%가 소액 개인주주다. 최근 개인의 비중 확대를 감안하지 않더라도 이달 들어 2조원 이상의 개인 자금이 허공으로 사라진 셈이다.

그럼에도 하이닉스 주가가 연일 급락하자 개인투자자들은 하이닉스가 '개미지옥'이 돼가고 있다며 한탄하고 있다.포털 사이트 네이버 증권게시판의 한 투자자는 "떨어지는 칼날은 잡는 게 아니었다"며 "이제는 너무 손실이 커서 손절매도 무의미할 정도"라고 토로했다.

주식 정보사이트인 팍스넷의 한 투자자도 "오늘 또 신용반대매매를 당했다"면서 "1억원을 손해봤다"고 털어놨다.

개인 투자자들의 매매에 대해 비난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한 투자자는 "이런 급락장세에 미수와 신용 거래를 하는 사람은 자살폭탄 테러범과 같다"며 "주위에 있는 다른 개미들까지 몰살시키는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또 다른 투자자는 "또 개미들만 큰 손해를 입게 됐다"며 "신용잔고가 최고를 찍었을 때 미리 준비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현 상황을 기회로 저가매수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한 투자자는 "하이닉스가 이정도인데 시장 여건이 어렵다면 다른 반도체 회사들은 몇달 안에 죄다 죽는다고 봐야 한다"며 "주식투자에서 가장 절망적인 순간이 바로 투자하기 좋은 시기이므로 희망의 끈을 놓지 말 것"을 조언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