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세계증시 버팀목 中 '중진국 함정'에 빠지나

年10%대 고성장 '급브레이크'
물가급등 '성장통'…연착륙 기대
중국 경제는 1978년 개혁과 개방을 표방한 이후 지난 30여년간 꾸준히 높은 성장세를 유지해 왔다. 특히 2001년 11월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성장률이 한 단계 높아지면서 2010년까지 연평균 10.7% 고성장했다. 고성장을 계속하면 물가가 올라갈 것이라는 통념을 깨고 같은 기간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연평균 2.3%에 그쳤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 이후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지난 2분기에는 성장률이 9.5%로 떨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동안 안정세를 보였던 물가마저 불안해 지난 7월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5%로 급등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도시와 농촌을 중심으로 각 분야에 걸쳐 양극화 정도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점을 들어 향후 중국 경제가 '중진국 함정(middle-income trap)'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중진국 함정이란 개발도상국이 경제발전 초기에는 순조롭게 성장하다 중진국 수준에 와서는 어느 순간에 성장이 장기간 정체하는 현상을 뜻한다.

역사적으로 '중진국 함정'에 빠져 경제발전 단계가 다시 후퇴한 국가는 의외로 많았다. 1960~1970년대 이후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등 중남미 국가들은 전형적인 '중진국 함정'에 빠져 '종속이론'이 탄생한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했다. 옛 소련은 1인당 소득이 1만2000달러에 도달했을 때 성장이 정점에 이르렀다.

중국과 같은 사회주의 국가의 성장은 외연적 성장 단계에서 내연적 성장 단계를 거치는 것이 전형적인 성장 경로다. 현재 중국 경제는 외연적 성장 단계에서 내연적 성장 단계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심한 성장통(growth pains)을 겪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중국 경제의 주력 산업이던 제조업의 생산 여건이 급속히 악화하고 있다. 제조업 환경이 갈수록 악화하는 것은 지난 30년간 추진해온 산아제한 정책으로 올해부터 청년층 인구가,2015년부터는 생산가능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할 것이라는 예상이 가장 큰 요인이다. 더욱이 공업화와 도시화 진전으로 농촌의 잉여노동력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어 중국이 '루이스 전환점'에 도달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루이스 전환점이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아더 루이스가 제기한 개념으로 개발도상국에서 농촌 잉여노동력이 고갈되면 임금이 급등,성장세가 꺾이는 현상을 말한다. 특정국이 루이스 전환점에 이르면 그때부터 인력 수요와 공급 간의 불일치(mis-match)로 노동자 임금이 급등하면서 '고비용-저효율' 구조가 정착하는 것이 전형적인 패턴이다.

중국은 한계상황에 이른 외연적 성장 단계를 극복하기 위해 생산성 향상에 기반을 둔 내연적 성장 단계로 빠르게 이행하고 있다. 세계은행은 중국 경제를 이끌어왔던 노동 기여도는 2010~2015년 '제로(0)' 수준까지 떨어지고,2016년 이후에는 마이너스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 뒤 기술발전,인적자본 향상,산업연관 관계 개선 등으로 총요소 생산성이 경제성장을 이끌어가는 주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앞으로 중국 경제 성장을 담당할 생산성도 분업화,전문화,개방화에 의한 향상보다는 기술발전 등을 통한 생산성 향상이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국영기업 개혁,세계 분업구조 편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됨에 따라 분업화 전문화 개방화 등 과거 생산성 향상을 주도했던 요인들의 영향력은 약해지는 모습이 뚜렷하다.

향후 중국의 해외 투자는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기존 저부가가치 산업을 가치사슬의 상층부로 빠르고 효과적으로 도약시키기 위해 브랜드 가치가 정착돼 있는 해외 기업 인수를 국가 차원에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중진국 함정' 논란과 함께 중국 경제의 앞날과 관련해서는 장 · 단기적으로 두 가지 경기 논란이 급부상하고 있다. 하나는 작년 하반기 이후 둔화하고 있는 성장세의 성격을 놓고 벌이는 '연착륙'과 '경착륙' 간 논쟁,또 다른 하나는 중 · 장기적으로 중국 경제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중진국 함정' 논쟁이다. 이 논쟁은 중국 경제가 '중진국 함정'에 빠지느냐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 중심의 '팍스 시니카' 시대 도래 여부에 커다란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다. 단기적으로는 유럽 및 미국의 재정위기에서 비롯된 금융시장 혼란을 해결할 수 있느냐를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문제다.

대부분 예측기관들은 중국 경제가 단기적으로는 연착륙을 달성하고 중 · 장기적으로도 '중진국 함정'에 빠질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유럽 등 기존 중심국의 재정위기로 혼란에 빠진 세계 경제와 글로벌 증시에서 중국 경제가 최후의 버팀목 역할을 어느 정도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