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시민군 트리폴리 공격…카다피軍 보급로 끊겨

NATO 대대적 지원에 전세 역전…트리폴리 거주 외국인들 탈출
리비아 시민군이 20일 밤(현지시간) 수도 트리폴리에 진입해 정부군과 전투를 벌였다고 AP통신 등 주요 외신들이 21일 보도했다. 6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리비아 내전에서 시민군이 트리폴리를 공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민군과 정부군은 그동안 팽팽한 대치상황을 이어왔지만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이 대대적인 공습에 나서면서 시민군이 우위를 점했다. 외신들은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종말이 임박했다고 전했다. 트리폴리에 체류 중인 영국인 등 외국인은 이날 배편으로 탈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에 따르면 시민군 대표기구인 국가과도위원회(NTC)의 압델 하피즈 고가 부의장은 "트리폴리에서 시민군의 봉기가 일어났으며 이는 사전에 계획된 것"이라며 "트리폴리 내 시민군 세력은 장기간 준비해왔으며 (카다피를 향한) 작전을 마침내 개시했다"고 선언했다.

그는 "NATO 전폭기가 카다피 친위부대를 분산시키기 위해 공습을 단행했다"며 "카다피 친위부대원 중 상당수가 도망쳤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카다피 정부 대변인은 "시민군이 트리폴리에 잠입했으나 격퇴했다"고 발표했다. 시민군과 카다피군 간 내전은 2월15일 벌어진 민주화 시위 이후 6개월간 지속되고 있다. 지난 19일 시민군이 전략적 요충지인 자위야를 장악하면서 전세가 시민군 쪽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트리폴리에서 서쪽으로 48㎞ 떨어진 자위야는 카다피군의 핵심 보급 관문이자 석유산업의 요충지다.

시민군은 이에 앞서 트리폴리 남쪽의 가리안,동쪽의 미스라타도 확보했다. 트리폴리에 주둔 중인 카다피군은 보급이 끊겨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등 NATO군도 트리폴리 진격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영국군은 시민군이 자위야를 공격할 당시 해상의 카다피 친위부대 함정을 격침했다. 한편 휴가 중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리비아 시민군의 트리폴리 진입 등 최근 상황에 대해 상세한 보고를 받고 있다고 백악관 측이 밝혔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