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복' 입은 오세훈, 무릎꿇은 이유는?

21일 오전 10시 서울시청 서소문 별관 브리핑룸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오 시장은 '시민 여러분께 충심으로 드리는 말씀'을 읽어 내려가던 중 갑자기 눈시울을 붉혔다. "번민 속에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은 이 나라가 인기 영합주의의 '빠른 복지'가 아닌 다음 세대, 그 다음 세대까지 배려하는 '바른 복지'의 시대로 나아갔으면 하는 절박한 심정, 그 한가지 때문"이라고 말한 뒤 눈물을 닦기 위해 뒤돌아섰다.그동안 '냉정한 승부사'의 모습을 보였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오 시장은 이날 수트 대신 푸른색 점퍼를 입었다. 지난 15일과 17일 광화문과 을지로에서 주민투표 홍보를 할 때와 같은 차림이다. 밤새 고민을 한 듯 푸석한 얼굴에 면도도 하지 않은 모습 이었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22일 오 시장의 시장직 사퇴 발언에 대해 "의도로 보나 내용으로 보나 유감스럽기 짝이 없다"고 비난했다.곽 교육감은 "오 시장이 시장직을 걸 정도로 복지 철학이 뚜렷한 데 그 철학이 저소득층한테만 무상 급식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논리를 지키기 위해 시장직을 걸었다면 무상 의무교육 해체하는 데도 시장직을 걸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곽 교육감도 직을 걸어야 한다는 이야기에 대해선 "주민투표가 무슨 도박판도 아니고 자꾸 뭘 겁니까"라고 답했다. 이어 "이번 투표는 오 시장이 발제한 것" 이라며 "오 시장이 책임지는 것으로 족하다"고 말했다.

오는 24일 실시하는 무상급식 주민투표율이 33.3%에 못 미치면 투표함을 열지도 않은 채 주민투표가 무산된다. 개표를 했을 때 과반수 찬성을 얻지 못하면 무상 급식을 실시하지 않는다. 두 경우 모두 오 시장이 사퇴한다.지난해 6월 지방선거로 서울시장에 재당선 된 오 시장의 임기는 2014년 6월 말까지다.

한경닷컴 김계현 기자 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