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냄새 찌든 연초제조창, 공예 축제장으로 꾸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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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모 청주공예비엔날레 감독"화력발전소를 개조한 영국의 테이트모던과 스페인의 빌바오 폐광촌을 리모델링한 구겐하임미술관처럼 담배 냄새에 찌든 청주 연초제조창을 국제 공예문화 축제의 공간으로 꾸밀 겁니다. "
내달 21일부터 10월30일까지 옛 청주 연초제조창에서 펼쳐지는 세계 최대 공예잔치 '2011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의 전시감독 정준모 씨(54 · 사진).그는 "65년의 역사를 간직한 연초제조창 건물에 문화의 옷을 입혀 아트팩토리형 비엔날레를 만들겠다"며 "공예의 본질적인 탐구부터 디자인과 생활미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관람객과 호흡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앙대 미대를 졸업하고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덕수궁미술관분원장,고양문화재단 전시감독 등을 역임한 베테랑이다.
"거칠고 야성적인 콘크리트 건물에서 공예를 생산하고 수출하며 공예로 하나되는 세상을 펼칠 겁니다. 건물을 보존하면서 문화예술 · 산업의 요람으로 발전시킨다는 게 더 의미있는 일이죠."
막대한 예산을 들여 전시장을 짓는 대신 담배 생산 장소를 훌륭한 예술공간으로 바꾸겠다는 얘기다. "5만3000㎡ 부지에 들어선 연초제조창은 가동이 중단된 지 7년이나 됐지만 지금도 담배 냄새가 납니다. 외관의 페인트칠이 벗겨져 그 자체로 예술작품이 됐죠."1946년 경성전매국 청주 연초공장으로 문을 연 이곳은 한때 2000여명이 근무하고 연간 100억개비의 담배를 생산하던 국내 최대 담배공장이자 청주를 대표하는 근대산업의 요람이었다. 1999년 원료공장에 이어 2004년 제조공장이 문을 닫자 청주시가 이곳을 사들여 제7회 공예비엔날레 장소로 결정했다.
정 감독은 "이번 행사를 시민 참여형 비엔날레로 만들겠다"며 "전시장에 시민 도슨트(해설자)를 배치하고,외국 작가들이 시민 가정에 묵으며 비엔날레를 관람하고 관광까지 하는 시민 홈스테이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백제 공예특별전(국립청주박물관),운보와 우향 30년 만의 귀향(운보미술관),한지 · 화지 한일 교류전(쉐마미술관),국제 종이예술 특별전(한국공예관) 등도 시민 참여형 이벤트다.
이번 행사는 '유용지물(有用之物)'을 주제로 한 본전시와 특별전,공모전,초대국가 핀란드전 등으로 꾸민다. 세계 공예디자인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본전시에는 국내외 작가 150여명이 참여한다. '의자,걷다'란 제목의 특별전에서는 인류 역사와 궤를 같이한 의자 600여점을 만날 수 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