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한민국,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길을 묻다

서울시 초 · 중등학교 무상급식에 대한 주민투표가 내일 실시된다. 서울시민들은 이번 투표를 통해 오세훈 시장이 주장하는 단계적 실시와 민주당이 지배하는 시의회에서 요구하는 전면실시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그렇지만 투표 결과는 서울이라는 특정 지역이나 무상급식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선별적 복지론과 전면적 복지론이 정면 충돌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그렇다. 국가 복지정책의 향후 진로가 판가름나는 중대한 기로에 놓여 있는 것이다.

이번에는 무상급식이지만 다음에는 무상의료,무상보육,무상교육으로 전선이 확대될 게 틀림없다. 이대로 넘어가면 여태껏 축적한 결코 크지 않은 성과를 미래세대로 넘기지 않고 당장 써서 즐기고 보자는 공짜 파티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복지비용은 한 번 쓰고 마는 것이 아니라 매년 계속해서 지출해야 하고 그것도 누적적으로 늘어나는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처음 시작하는 것은 쉬울지 몰라도 지속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복지 포퓰리즘이란 독배를 삼킨 결과가 얼마나 무서운지는 지금 그리스를 비롯한 남유럽국가들의 재정이 파탄날 지경에 이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오세훈 시장의 고군분투는 보기에 민망하고 안타깝다. 그가 투표결과에 시장직까지 걸면서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렸던 것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한나라당이 정체성을 잃고 계파별 이해득실에만 몰두해 이제껏 오로지 오 시장 한 사람에게만 책임을 지우고 뒷짐만 졌던 모습이 한심하고 딱한 것이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투표에서 지면 오 시장의 사퇴가 불가피해 서울시장을 야당에 넘겨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고 하지만,그것은 그들만의 문제일 뿐 우리의 관심대상이 아니다. 이렇듯 무책임해서야 언제 어떤 선거를 한들 별로 나아질 것도 없을 것이다. 다른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을 뻔히 알면서 재정건전성을 고려치 않는 정책을 쏟아내고 국가의 장래를 걱정하지 않는 여당은 야당만도 못하다. 불량 정당,나쁜 정당일 뿐이다. 한나라당이 이번 투표 결과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대단한 착각이요,오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