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물가에 생활苦…마이너스 통장 사용 급증

고공행진 전셋값도 '한 몫'…카드론 대출도 늘어
'마이너스통장'이 가계부채 증가의 주범으로 떠올랐다.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 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등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은 지난 2분기 15조6000억원 증가했다. 이 중 51%인 8조원이 주택담보대출을 뺀 '기타대출'이었다. 기타대출은 마이너스통장 대출이 대부분이고 일부가 예 · 적금담보대출이라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제1금융권인 은행의 기타대출은 1분기에 9000억원 감소했지만 2분기에 4조1000억원 늘었다. 2008년 2분기(5조3000억원) 이후 증가폭이 가장 크다.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선 기타대출 증가액이 1분기 9000억원에서 2분기 3조9000억원으로 확대됐다. 한은 관계자는 "생활비를 충당할 목적 등으로 마이너스통장을 이용하는 수요가 커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분기 적자가구 비율이 26.2%로 1년 전보다 0.4%포인트 늘어난 것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주택담보대출은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대폭 증가했다. 1금융권은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1분기와 2분기 모두 5조4000억원으로 동일했다. 정부가 연초부터 가계대출 위험을 경고하면서 은행권이 대출을 자제한 결과다. 그러나 2금융권에선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1분기 1조8000억원에서 2분기 2조5000억원으로 늘었다.

은행 대출이 힘들어지자 높은 대출금리를 감수하더라도 2금융권에서 돈을 빌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정부가 지난 6월 말부터 본격적인 가계대출 줄이기에 나섬에 따라 이 같은 현상이 더 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최근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전셋값도 가계대출 증가의 원인으로 꼽힌다. 한은 관계자는 "통상 2분기에는 이사 수요 등으로 1분기보다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며 "전셋값이 연초부터 큰 폭으로 뛴 것도 대출 증가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금취급기관을 제외한 보험사 연기금 카드사 국민주택기금 등 기타금융기관의 가계대출 증가세는 둔화됐다. 1분기 4조4000억원이던 증가액이 2분기에는 2조2000억원으로 줄었다.

신용카드 · 할부금융 이용액(판매신용)은 1분기에는 3000억원 감소했지만 2분기에 1조1000억원 늘었다. 신용카드 사용이 늘어난 게 주요인이다.

한편 한은은 그동안 빠른 자료 수집이 힘들어 제외했던 증권사 대부사업자 연기금 등의 가계대출을 2분기 가계부채 통계 때부터 새로 포함했다. 이에 따라 당초 지난 1분기 말 801조4000억원으로 발표됐던 가계부채 잔액은 857조4000억원으로 수정됐고 2분기 말 잔액은 876조3000억원으로 늘어났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