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ㆍ대우건설 "즉각 공사재개 준비"…현지 상황 변화에 촉각

리비아 카다피정권 사실상 붕괴

24개 국내 건설업체 공사 105억弗 달해
현장피해 거의 없어…임직원 속속 급파
국내 건설사들이 리비아 카다피 정권 붕괴가 임박하면서 공사 재개 채비에 나섰다. 대형 건설사들은 네트워크 정비와 함께 전후 복구사업 발주 등을 파악하느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중동대책반을 중심으로 현지 동향 파악과 함께 대응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일부 건설사 직원 현지 급파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리비아에 현장을 갖고 있는 국내 건설사들은 6개월 안팎 중단된 공사를 재개하기 위해 속속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국토부에 따르면 3개 건설사가 리비아 공사 현장의 정확한 피해 파악과 미수금 확보 등을 위해 지난주 현지에 직원을 파견했거나 보낼 예정이다. 리비아에서 7000가구 안팎의 주택건설 사업을 하고 있는 원건설은 지난 11일 외교통상부 허가를 받아 직원 3명을 현지로 보냈다. 대형 건설사 한 곳도 리비아 담당 임원을 현지에 보내 기존 현장의 공사 재개 여부를 점검하고 추가 수주 가능성 등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 24개 국내 건설사들이 지난 2월 리비아 철수 전까지 현지에서 진행해온 공사는 47건,105억달러(시공잔액 74억달러) 규모에 이른다. 리비아 현장에서 근무하던 국내 인력만도 1341명이었지만 카다피 정부와 시민군의 전투로 대부분 철수했다. 현재 대우건설 한일건설 등의 직원 5~6명이 현지에 잔류한 상태다. ◆공사현장 큰 피해 없는 듯건설업계와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들의 리비아 공사현장은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리비아 트리폴리 웨스트 발전소,알칼리즈 발전소 등 5건,26억3000만달러 규모의 공사를 진행 중이던 현대건설은 최근 리비아 사태 추이를 주시해왔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공사현장은 리비아 현지인 일부가 남아 지키고 있다"며 "리비아 정국이 안정을 되찾으면 공사 재개를 위해 단계적으로 인원과 장비를 투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대우건설도 미스라타 복합화력발전소,벵가지 복합화력발전소,트리폴리 워터프런트 리조트 공사,스와니 병원 등 6건의 공사를 진행 중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벵가지에 있는 병원 현장에 본사 직원 2명과 제3국 인력 등 30여명을 잔류시켜 현장을 관리하고 시민군 측과도 신뢰관계를 다져왔다"며 "조만간 일부 인력을 선발대로 파견해 공사 재개 가능성 등을 파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리폴리 인근 알자위야 신도시에서 3000가구의 아파트와 시장 건립공사를 진행 중이던 한일건설은 직원 1명을 현지에 남겨 수시로 상황을 보고받아왔다. 회사 해외공사팀 관계자는 "리비아의 정권교체 상황과 공사대금 문제 등을 검토한 뒤 공사 재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리비아 주택기반시설청(HIB)이 발주한 젠탄지역 아파트 3300가구와 공공시설 건립공사(총 4억달러)를 진행해온 이수건설도 현지인을 고용해 현장 관리를 맡겨놓은 상태다. 사정이 호전되면 즉시 본사 직원을 파견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오늘 긴급 대책회의국토부는 리비아 내전 사태가 종결될 경우 연초부터 운영해오던 '중동대책반'을 '복구지원반'으로 바꿔 건설사 공사 재개 등을 적극 지원키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23일 리비아 진출 건설업체들과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국내 건설사들의 공사 재개와 피해보상,기반시설 복구공사 참여 등 지원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은 발주처인 HIB 등이 2500억원 상당의 피해액을 보상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정부는 3000억원에 이르는 공사대금 미수금도 건설사들이 받을 수 있도록 직 · 간접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국내 건설사들이 공사 재개 여부를 타진할 만한 협상주체가 없는 게 현실적인 고민"이라며 "리비아 현지 상황에 따라 단계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황식/김진수 기자 hiskang@hankyung.com